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 “물산 들어오고 좋아졌다”
양사 합병 여부 관심…“현재는 쉽지 않아”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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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강남역 서초사옥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년 전 삼성화재에 서초사옥을 내주고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둥지를 틀었다. 공간이 부족한 서초사옥을 대신해 알파돔시티를 낙점했는데 임차 기간 5년을 채우기 전에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임차료를 절감하기 위해 서울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글로벌엔지니어링 센터) 일부를 2022년까지 빌려 쓰기로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안방을 내주고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했지만 상일동 사옥 입주 후엔 집주인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삼성물산의 사업부문이 들어오면서 삼성엔지니어링 입지까지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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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수년간은 업황 악화와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손실로 침체기를 보냈고 변방의 계열사 취급을 받았다. 2015년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다른 계열사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 동안 실적에 쫓긴 임원들이 직원들을 압박하면서 근무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오후 5시 15분 이후부터 운영되던 셔틀버스도 야근을 하는 직원 위주로 사용될 수 있도록 7시 이후 시간대로만 편성됐다. 임원들이 실적도 안 좋은데 이른 저녁부터 퇴근하기 위해 줄 서있는 직원들을 탐탁지 않아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다시 5시 이후부터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운행 노선도 기존엔 잠실, 천호 등 가까운 지역 위주였지만 지금은 거리가 먼 운행지도 여러 곳 추가됐다.
주차비도 낮아졌다.
종전까지 차를 몰고 출퇴근 하는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은 매달 10만원의 주차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직원들은 주차비가 너무 비싸다며 불만을 표했지만 회사는 교통유발부담금 때문에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삼성물산이 들어오자 주차비는 9만원으로 조정됐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저마다 보건소와 같은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존에 상일동 사옥엔 치과와 보건소가 있었는데 삼성물산이 입주하면서 각각 한 곳씩 더 늘어났다.
최근 화두인 주 52시간 노동시간 적용에 대해선 두 회사 모두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지붕 살림을 하는 상황에선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이 다른 지침을 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삼성물산 입주 후 여건이 좋아진 것은 맞다”며 “익명 SNS를 중심으로 전에는 직원들 불만에 꿈적도 않더니 삼성물산이 들어오자 태도가 바뀌었다고 성토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한 곳에 모이기로 결정하면서부터 합병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직원들도 합병 추진 여부에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 'EPC(설계·구매·시공) 경쟁력 강화 TF'를 신설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3사의 전략과 인사를 총괄한다는 취지다. 과거 무산된 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 합병을 주도했던 김명수 삼성물산 부사장이 TF장을 맡고 있다.
다만 삼성그룹 사정에 밝은 M&A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상사, 패션, 리조트 등은 놔두고 건설부문만 떼서 삼성엔지니어링만 붙이자면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소송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이라 당분간은 굳이 합병을 추진해 잡음을 일으키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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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2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