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전 계약사 LSG에 투자금 요구했다 관계 틀어져
GGK 화재 이후 섭외 실패해 '노밀 사태'까지
하이난으로부터 유치한 1600억은 금타 인수 목적 의심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 차질 우려
-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대란 사태로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았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투자 유치를 진행한 대가로 애꿎은 아시아나항공에 불똥이 튀었다는 평가다. 자연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노밀(No Meal)' 사태는 새 기내식 공급업체 게이트고메코리아(GGK)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제 때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GGK는 이달 1일부터 기내식을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3월 인천공항에서 짓던 공장에서 불이 났다. GGK는 아시아나항공과 중국 하이난그룹이 2016년 12월 합작해 만든 회사로 30년간 장기 납품 계약을 맺었다. 직전까지 독일 루프트한자그룹 계열사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와 5년 단위로 공급계약을 체결해왔던 점과 비교하면 다소 파격적이다.
GGK에 문제가 발생하자 아시아나항공은 GGK의 협력사 샤프도앤코와 단기 계약을 체결했다. 샤프도앤코는 하루 3000개의 시내식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다. 아시아나항공이 성수기 기간 제공하는 기내식이 하루 3만개인 점을 고려하면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폭우까지 더해져 운반 과정의 지연이 발생됐다. 샤프도앤코와 그 협력사도 물량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협력사의 대표 A씨는 지난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GGK의 공장에 불이 난 건 지난 3월로 아시아나항공은 그 공백을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그럼에도 대형 기내식 공급업체를 섭외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형 기내식을 납품할 수 있는 업체는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본부와 LSG 정도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샤프도앤코와 계약을 맺기 전 LSG에 단기 공급 계약을 타진했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양사간의 신뢰는 이미 지난 2016년 한 차례 큰 타격을 입었다.
LSG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재계약을 조건으로 지주사인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에 대한 1600억원 투자를 요구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내부거래' 의혹이 처음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 직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진행한 하이난그룹과의 계약에 대해서 말들이 무성하다. 2017년 3월 하이난그룹은 금호홀딩스의 1600억원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년 만기에 중도 상환 조건도 없었다. LSG에 요구한 투자규모와 일치한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을 빌미로 박삼구 회장이 모종의 거래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당시 박 회장은 금호홀딩스를 앞세워 금호타이어 지분 확보를 위한 투자금을 모집 중이었다.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박 회장은 집요하게 우선매수청구권을 요구했지만 당시 자본시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금호타이어는 그룹의 상징적인 회사이자 박 회장이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계열사이기도 하다. 인수후보들이 제시한 가격이 높아지자 컨소시엄을 구성하려 했던 박 회장도 벽에 부딪혔다. 당시 금호고속 인수금융에 참여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계열사를 금호타이어 인수에 활용할 수 있다는 불신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팽배했다"고 언급했다.
시장 평판까지 깎아내리며 금호홀딩스는 신규 자금을 유치했지만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재인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부메랑은 1년 뒤 애꿎은 직원들과 협력 업체에게 돌아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항공사의 존속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회사와 경영진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그룹은 박 회장의 둘째 딸 박세진씨를 이달 1일 금호리조트 임원으로 임명했다. 박세진 씨는 입사 전까지 전업 주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총알받이 역할을 하는 동안 박 회장 일가의 경영권은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연초 불거진 미투 운동 이후 다시 오너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외적 이미지는 크게 훼손됐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채권은행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말까지 경영 정상화 작업을 마쳐야 한다. 국내외 시장에서 박 회장을 중심으로 드러난 불투명한 자금 조달 과정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깔끔하게 정리해나갔는데 회사의 평판이 악화되는 점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당장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중 3000억원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을 위한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오너리스크를 환기시킨 꼴"이라며 "여전히 국내 은행권에서도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투자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03일 14:5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