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태풍에...불 붙은 '주식 거래시간 단축' 논란
입력 2018.07.04 07:00|수정 2018.07.04 20:36
    2016년 시행 '거래시간 30분 연장' 사실상 '실패'
    30분 연장 실효성 논란이 주 52시간제 매개로 다시 점화
    유관기관은 정부 눈치만..."안일하다" 불만 커져
    • 이달 발효된 '주 최대 52시간' 근로 제한 논란이 증시 거래시간 원상복구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거래시간 30분 연장이 별 효과가 없었던데다, 증권업 종사자들의 퇴근을 늦춰 근로시간 관리에까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한국증권전산(코스콤) 등 증권 유관기관들은 시행한지 2년이 지난만큼 새로 구축한 인프라가 정착해 '원상복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거래시간 30분 연장'의 효과에 대해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갈리는 가운데 다시 정부에 공을 넘기는 모양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국내 주식시장 거래 마감시간을 오후 3시30분에서 3시로 되돌리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무시간 단축을 위해선 필요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거래시간 30분 연장'에 대한 불만이 주52시간제를 매개로 다시 점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2016년 8월부터 전격 적용된 거래시간 30분 연장 제도는 박근혜 정부의 증시 관련 정책 중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당시 거래소는 일평균거래대금이 3~8%, 원화로 환산하면 최대 6800억원 늘어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제도 시행 1년 전후 코스피시장 일평균 거래량은 4억3600만여주에서 3억6000만여주로,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8000억여원에서 4조7500억여원으로 줄었다. 결국 거래시간 연장보다는 증시의 강세 여부가 거래량을 좌우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파생 등 장 마감 후 준비해야 하는 영업의 준비 시간만 짧아졌고 영업이나 세일즈엔 큰 보탬이 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MSCI선진국지수 편입에도 실패하며 거래시간을 30분 늘린 목적조차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주 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된 지금에 와선 근로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로까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종은 특례업종으로 지정, 내년 7월로 전면 도입일정이 미뤄졌지만, KB증권·한국투자증권이 법 시행에 맞춰 2일부터 주 52시간제를 전면 적용하는 등 미리 대비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거래소와 코스콤 등 증권 유관기관들은 3시30분 장 종료 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종가·옵션 가격 등 시장 관련 자료를 증권사들에 제공한다. 당일 거래 데이터 최종치가 시장에 풀리는 시간은 보통 오후 5시다. 이 때 데이터를 받아 후선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오후 5시 퇴근'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게 증권사들의 주장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업무 처리 시간을 앞당기려면 장 마감 역시 앞당겨져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거래소에서 (3시로 다시 앞당길) 계획이 전무하다고 못을 박기도 했고 유관기관에서도 아직은 아무 말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코스콤 등 유관기관들은 복잡한 표정이다. 시장에서 나오는 여러 의견들은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즉각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 52시간' 제도가 이번 정부의 중점 추진 정책이라는 점 때문에 일단 입단속을 하며 정부의 의중을 지켜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거래시간을 다시 30분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며 "증시 관련 인프라를 조정하는 일인만큼 30분을 다시 단축하는 데엔 정부의 의지와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들은 이미 주 52시간 근무를 위한 내부 체계가 갖춰진 상태다. 거래소는 특수직군 외에는 대부분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는데가, 2013년부터 강제로 PC의 전원을 차단하는 PC오프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탁결제원도 PC오프제와 선택적근로시간제를 이미 적용 중이다. 한국증권금융은 이미 지난 6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증권업계에서 "자신들은 근로시간이 많지 않으니 증권사들의 당면과제에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증권사가 투자금융(IB)이나 전산, 해외영업 직군에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거래시간 30분 연장으로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퇴근 시간이 1시간 이상 늦어졌다는 지적도 있는만큼, 이를 재조정하면 주 52시간제 준수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