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거래 우선권 기대…경쟁 피해 초기 출자도 모색
글로벌 진출에도 기여…”네트워크 구축 효과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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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출자를 늘리려는 금융사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 투자 수익보다는 PEF와 관계를 다져 향후 파생될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국내에서 활로를 찾으면서 글로벌 시장도 확장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은 올해 최대 거래인 ADT캡스 M&A에서 SK텔레콤-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의 인수금융을 공동 주선했다. 당초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CVC캐피탈파트너스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아쉬움을 날렸다. ‘자본의 힘’이 뒷받침되기도 했지만 신한금융그룹이 맥쿼리의 PEF에 출자하며 관계를 다져온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KKR이 상장을 추진하는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ㆍ옛 LS엠트론 동박 및 박막 사업부문)는 KB증권ㆍ신한금융투자ㆍ삼성증권이 주관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KKR의 출자자들이다. 출자 관계가 없는 다른 증권사들은 배제됐다는 후문이다.
상반기 M&A 시장은 예년보다 중대형 거래가 뜸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그나마 유동성 많고 일상적으로 투자회수를 진행해야 하는 PEF들의 움직임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금융사들도 PEF와 돈독한 관계를 쌓기 위해 분주하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역시 PEF의 출자자(LP)로 참여하는 것이다. 운용사(GP)들은 LP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LP들은 다른 시장 참여자보다 PEF의 주요 거래 정보를 먼저 접하고 대응할 수 있다.
위의 사례들처럼 인수금융을 주선하거나 투자회수 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기회를 한발 먼저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예전엔 위험가중치가 높아진다는 이유로 펀드 출자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든 금융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적극적이다.
금융회사들은 MBK파트너스나 KKR, TPG 등 대형 운용사들이 펀드를 결성할 때마다 대거 출자자로 뛰어든다. 출자한다고 해서 반드시 거래를 따낸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조차도 안했다가 거래에서 빠지는 것은 더 달갑지 않다.
PEF 규모가 작은 곳엔 금융사들이 많은 금액을 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업력이 짧고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출자의 효과는 커지기 때문에 소형 운용사 출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E&F PE가 결성한 1300억원 규모 블라인드 PEF엔 우리은행과 농협중앙회가 각각 100억원씩을 대기도 했다.
금융사들의 PEF 출자 사례가 늘면서 출자자로서의 경쟁 우위나 변별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금융사는 보다 적극적인 출자 전략을 고심하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투자담당자는 “보통 금융사들은 국민연금이나 산업은행 등 대형 출자기관의 PEF 운용사로 선정된 곳에 매칭하는 형태로 돈을 태우지만 그 실익은 많이 줄었다”며 “대형 기관의 출자 절차 전부터 선정이 유력한 운용사들을 미리 파악해 PEF 결성 종잣돈을 넣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가 미리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운용사들도 더 고마워하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다만 일부 금융사는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PEF’에 자금을 출자하는 안은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사의 출자는 업계의 최고 화두인 글로벌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들은 바이아웃 블라인드 PEF 외에 부동산, 인프라, 크레딧, 헤지펀드 등 다채로운 펀드들에 돈을 대고 있다. 규모도 지역도 다양하다. 주요 거래 참여는 물론 부수적으로 생기는 네트워크 구축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른 시중은행 글로벌 투자담당자는 “LP인 글로벌 투자기관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예전엔 제안조차 받지 못했던 알짜 거래에까지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금융사들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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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