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6월 한달간 20% 가까이 급락...1만p대로 밀려
'녹인'까진 여유 있지만..."무역전쟁 추이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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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항셍차이나기업지수(HSCEI;이하 홍콩H지수)가 최근 2달간 급락하며 2016년 파생결합증권 (ELS, ELB) 대란이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홍콩H지수 기반 파생결합증권 발행이 대거 늘어나며, 국내 ELS 중 홍콩H지수와 연계된 상품 비중은 다시 70%를 훌쩍 넘은 상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과 미국 금리 인상 등 글로벌 위기감으로 인한 지수 급락이라 당분간 반전의 계기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ELS 대란 이후 상품 구조의 안정성을 이전보다 크게 높였다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5일 홍콩H지수는 1만569.11포인트로 마감됐다. 4일 대비 143.53포인트, 1.34% 떨어진 수치다. 장 초반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낙관론으로 상승하던 홍콩H지수는 오후들어 6일로 예정된 관세부과일에 대한 부담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해 사흘 연속 급락세를 보였다.
올해 연간 고점인 1만3962.53과 비교하면 반년새 24%나 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홍콩H지수 급락이 국내 투자자들에겐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 상반기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는 41조3000억여원에 달한다. ELS 대란 직전인 지난 2015년 상반기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중 88%가 해외지수형 상품이고, 대략 70%에 달하는 30조원 안팎이 홍콩H지수와 연계돼있다.
특히 5월과 6월 홍콩H지수 연계 파생결합증권 발행 비중은 전체 발행액의 79.8%에 달했다. ELS 대란 여파로 지난해 월간 기준으로는 홍콩H지수 연계 상품 비중이 5%대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확장세다.
KB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파생결합증권 발행의 대부분은 홍콩H지수가 1만2000~1만2500포인트 선을 지날때 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초 고점인 1만3500포인트 이상에서 발행된 상품의 잔액도 3조원 이상 남아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예상보다 무역전쟁 해법의 실마리가 잘 잡히지 않으며 홍콩H지수 1만포인트선이 2년만에 다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2017년부터 올 초까지는 홍콩H지수가 줄곧 올랐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경계감도 많이 희석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5월말 1만4800포인트선을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홍콩H지수가 2016년 2월 7505포인트로 반 토막 나는 데엔 불과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올해 홍콩H지수는 1만2500선 안팎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6월초 무역전쟁 이슈가 본격화된 이후 한달만에 20% 가까이 뚝 떨어졌다.
다만 ELS 대란 이후 홍콩H지수관련 파생결합증권의 안정성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녹인(Knock-In;파생결합증권의 손실 기준점)까지는 다소 여유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LS 대란 이후 원금보장형 상품이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수익률에 대한 불만으로 인기가 잦아들자,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녹인 기준점을 크게 낮춘 상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현재 파생결합증권 구조상 공격적이라고 분류되는 상품의 녹인 기준점은 40% 하락이다. 안정적인 상품은 60% 이하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홍콩H지수가 1만3500포인트선인 시절 발행된 공격적 성향의 상품이라면 녹인 기준점은 대략 홍콩H지수 8100포인트선인 셈이다. 가장 많은 상품이 발행된 지수대를 기준으로는 7500포인트선이 녹인 기준점이 된다.
본격적으로 녹인으로 인한 손실 이슈가 불거지려면 홍콩H지수 기준 2000포인트 정도의 여유가 남아있는 셈이다. 무역전쟁의 끝은 공멸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봉합이 될 것이라고 가정하면, 2016년과 같은 ELS 대란은 다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의문시되고 있는 홍콩H지수 및 SX5E지수 관련 녹인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라며 "2017년 상반기 발행된 파생결합증권은 대부분 조기 및 만기 상환됐고 2018년들어 발행된 상품 중 일부만이 그나마 녹인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 공포심리가 드리워진 시장은 여전히 녹인 가능성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의 보복 관세 부과-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미국과 EU의 무역분쟁 확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남아있는 까닭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16년에도 홍콩H지수가 그렇게 쉽게 7500까지 밀릴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며 "'여기가 바닥'이라고 외치다 자멸했던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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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05일 18: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