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자체는 성공 점쳐져… 향후 주가 상승 이끌 요소는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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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의 기업공개(IPO) 신고서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 우량기업에게 주어지는 상장 심사 간소화(패스트트랙) 혜택을 받아 빠르게 예심을 통과해놓고도 막상 공모 절차엔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으로는 카카오게임즈의 '모멘텀 부재'가 자리잡고 있을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의 반향을 예상하고 내놓은 기대작들이 최근 힘을 쓰지 못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어려워졌을 거란 해석이다.
IB업계에서는 지난달만 하더라도 카카오게임즈가 예심 통과 이후 패스트트랙을 통해 상장 일정을 빠르게 소화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카카오게임즈 측에 따르면, 제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증권신고서 제출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로 주가 상승 모멘텀 부재에 따른 '밸류에이션 재조정'이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고 있는 '블레이드2 for kakao'가 초기 기대감과 달리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가 떨어지고 있는 데다, PC게임인 '카카오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식어가는 점이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요소로 꼽힌다.
카카오게임즈는 2014년 모바일게임 최초로 대한민국게임대상을 거머쥔 액션게임 '블레이드'의 정식 후속작 '블레이드2'를 퍼블리싱했다. 블레이드 개발사 액션스퀘어가 차기작을 개발하고, 액션스퀘어의 모회사 네시삼십삼분이 판권을 보유하며, 게임의 출시와 유통을 카카오게임즈가 맡는 삼각편대 구조였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리니지를 위시한 모바일 다중접속자역할수행게임(MMORPG)이 차지한 후였다. 블레이드2는 출시 후 구글 플레이 게임 최고 매출 순위 7위까지 올랐으나 10일 기준 20위까지 밀린 상황이다. 200만명 이상이 사전예약하며 관심을 보였지만, 과도한 과금 유도와 차별화하지 못한 그래픽, 불친절한 운영으로 인해 유저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혹평이 뒤따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퍼블리싱을 맡고 있는 배틀그라운드의 경우도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장기간 선두를 지켰으나 핵유저 및 서버관리 이슈가 불거지며 지난 3월 정점을 찍은 뒤 사용자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기준 300만명이 넘었던 동시 접속자 수는 현재 100만~150만명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최근 순간 접속자 수에서는 경쟁작에 밀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는 카카오가 담당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게임관련 데이터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한때 40%를 돌파했던 카카오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PC방 사용시간 점유율 역시 지난 9일 기준 27% 안팎까지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가 좋아 카카오게임즈 상장 자체는 성공을 점치는 분위기지만 향후 주가 상승을 이끌 요소는 찾기 힘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과금 요소가 있는 카카오프렌즈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캐주얼 게임 출시 정도가 하반기에 기대해볼 만한 이벤트다.
카카오게임즈는 과거 이미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을 다른 제휴사의 유저들이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채널링 서비스에 주력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퍼블리싱 서비스 쪽으로 점차 무게가 옮겨지면서 비용적인 리스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널링 서비스는 주로 게임이 상승세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 때, 혹은 동시 접속자 수 및 매출이 하락세에 접어들 때에 이뤄지기 때문에 홍보 비용 거의 들지 않는다. 반면 퍼블리싱의 경우 플랫폼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홍보비용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어 해당 퍼블리싱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수익률 저해 요인이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과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 등의 퍼블리싱을 성공하며 장외시장 시가총액이 2조원 이상으로 형성된 상태"라며 "하지만 퍼블리싱을 하기 위한 홍보비용이 꾸준히 발생하는 점과 상장 이후의 기대작이 부재한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은 1조~1조5000억원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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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