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취소 강행시 회사-외국인-소액주주 연이은 소송 가능성
외국 투자자 ISD 제소도 연이어…승소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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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의 면허 취소 여부를 다룰 청문 절차가 오는 30일 시작된다. 정부가 면허 취소라는 '강수'를 둘 경우 진에어 외인주주 등의 투자자국가소송(ISD)을 비롯,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오는 30일 진에어의 '면허 취소'에 대한 법적 쟁점을 검토하는 첫 청문회를 연다. 지난 19일 국토부에서 회사측으로 공문이 전달됐다. 국토부는 다음달 6일까지 진에어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면허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까진 약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단은 ‘물컵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Cho Emily Lee)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임원 등재다. 조 씨는 미국인이면서 2010~2016년 사이 진에어의 등기임원으로 있었다. 관련법상 국토교통부는 항공운송사업자가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에 해당하게 된 경우엔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 임원 중에 외국인이 있는 경우도 면허 결격 사유다.
국토부가 진에어 면허 취소를 결정한다면 회사ㆍ소액주주ㆍ외국인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동시다발적 대 정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해당 조치로 손실이 불가피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ISD 제소가 거론된다. 현재 진에어의 외국인 주주 지분은 약 11.7%다. 최근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주식 가치는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대 수준이다.
최근 정책당국의 판단을 대상으로 한 ISD 소송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엘리엇과 메이슨캐피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부당한 판단으로 각각 약 8600억원, 1800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ISD 카드를 꺼냈다.
스위스 승강기 업체 쉰들러는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 목적 유상증자를 금융감독원이 승인한 것이 불법이라 주장하며 3000억원 규모 ISD 제소에 나섰다. 이란 가전기업 엔텍합의 동부대우전자 M&A 과정에서 몰취당한 계약금 반환을 둔 소송전에서는 정부가 패소해 원금에 이자까지 합한 약 730억원을 물어줘야 했다.
한진그룹도 국토부의 면허 취소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및 취소 소송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에어가 그룹의 알짜 먹거리기 때문에 노력 없이 면허를 놓치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회사 경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진에어는 최근 대한항공에서 임차한 신규 기종(보잉 737) 1대의 등록 신청에 나섰다 자진철회 했다. 형식상 자친철회 형식이었지만 업계에선 승인이 차일피일 미뤄질 것을 우려해 발을 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경영진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배임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진에어 측이 행정소송을 통해 대응한다면 대법원 최종 선고까지 5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진에어 소액 주주들의 집단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정부가 최악의 경우 2년 유예를 둬 매각 등을 유도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당장 면허 취소가 결정되면 영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업양도 등을 통한 정리 수순을 밟을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상장폐지에 돌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취소 여부를 둘러싼 법리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항공 관련 법령이 일관되지 않고 상충 소지가 있다는 점이 문제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항공사업법은 임원 중 외국인이 있으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지만, 항공안전법에선 외국인이 임원의 과반만 아니면 소유한 항공기를 등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에어 측도 이 점을 통해 항변하고 있다.
국토부 홈페이지 내 '정책Q&A'란에서도 이를 혼재하고 있다. '국내 항공운송사업면허 신청시 필요한 서류'를 묻는 질문에 국토부 항공산업과는 '임원 중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가 있어선 안된다'면서도 '외국인이 법인등기부상의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법인등기부상의 임원 수의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이 아님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고 상반된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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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지난달 진에어에 대한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한 차례 발표를 미루기도 했다. 당시 국토부는 "의뢰한 법무법인 3곳 중 2곳은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왔지만, 다른 한 곳은 ‘결격사유가 이미 해소되어 현시점에서 취소가 곤란하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실무진 사이에서도 면허 취소까진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왔지만 김현미 장관의 강행 의지가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국토부가 강행하더러도 과도한 처분으로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도 있고, 이 경우 ISD 등 후속 소송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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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22일 14:3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