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리츠, 기관이 외면한 물건 아니냐는 우려
국토부-행안부 등 부처 간 엇박자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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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시장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면서 금융투자업계에 공모 리츠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모 위주로 구성된 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빴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공모 리츠를 통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국내 리츠 시장의 총자산 규모는 2013년에 10조원을 넘어선 이후 2017년 연말 기준 34조8800억여원으로 성장했다. 국토교통부가 2016년 리츠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리츠 키우기'에 나서면서 현재 리츠 시장의 순자산 규모 역시 13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토부가 공모 리츠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비개발·위탁관리리츠의 상장예비심사 면제 및 우선주 발행 허용 등을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는 소식에 기존에 리츠를 다루지 않았던 증권사 IB들도 리츠에 뛰어들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공모 리츠 상장을 주관해 수수료를 얻는 동시에 리테일 자산까지 확대할 수 있어 고객 기반을 넓히는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이리츠코크렙과 홈플러스리츠(가칭) 등의 기업공개(IPO) 주관을 맡으며 공모 리츠 상장 커리어를 쌓고 있다. 국내에 상장된 리츠는 자기관리리츠 3곳(에이리츠·케이탑리츠·모두투어리츠)과 위탁관리리츠 1곳(트러스제7호리츠), 기업구조조정리츠 1곳(이리츠코크렙리츠)으로 총 5개에 불과한 상황이라 업계 내 공모 리츠 IPO딜 선점을 노리는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 13일 조직개편을 통해 리츠금융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공모 리츠 IPO딜과 별개로 리츠 시장 확대에 대한 대비을 하며 리츠 관련 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에 사모로 리츠를 운용해온 운용사들도 공모 리츠 활성화를 반기는 눈치다. 공모가 활성화되면 기관의 입맛에 맞춘 운용에서 탈피하고 자율성 확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또 공모로 상장할 경우 투자자가 많아져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도 유리해 엑시트나 증자 측면에서 모두 수월해진다. 기관 눈치를 덜 살피면서 해당 부동산의 임대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부동산펀드의 경우 원칙적으로 폐쇄형이라 펀드 만기가 끝날 때까지 중도에 돈을 인출(환매)할 수 없어 운용에 제약이 따랐다"며 "리츠는 엑시트와 증자가 비교적 자유롭고 부동산 임대 등의 관리가 가능하다는 부분이 업계 내 매력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발 벗고 나서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공모 리츠가 활성화하면 '좋은 상품'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금융사에 힘이 실리며 그간 절대적으로 작용했던 기관의 입김이 줄어들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기업공개(IPO) 시장 역시 국내 금리가 낮아지고 공모주별 수익률 양극화가 심해지며 증권사 쪽으로 힘의 추가 기울었고, 그 덕분에 증권사들의 숙원이던 '수요예측 수수료'가 사실상 전면 도입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모 리츠도 결국에는 '기관의 손'에 달린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리츠협회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리츠는 총 198건으로 같은 기간 공모 리츠 총 6개(상장5개·비상장1개)로 사모 리츠 비중이 전체 리츠의 97% 수준이다. 시장 자체가 사모·기관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보니 일부 기관은 '공모 리츠는 기관의 선택을 받지 못한 쭉정이'라며 폄하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또한 공모 리츠의 경우 기본적으로 상장을 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이 있지만 청약기간 중 국민연금 등 '시행령에서 지정한 투자자'의 지분 합계가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면 예외가 적용돼 상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결과적으로 공모 리츠도 기관의 의지에 따라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결정되는 셈이다. 국토부에서 기존 허들인 30%를 50%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논의 중이지만, 언제부터 적용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모 리츠 활성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의 참여를 이끌만한 요소가 부족한데다 괜찮은 물건은 사모 형태로 이미 기관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라며 "부처 간 엇박자가 여전한 상황이라 운용사든 증권사든 한동안은 정부와 기관 눈치를 살피면서 사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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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20일 13: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