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활성화 방안…정부 부동산 억제 정책과는 '엇박자'?
입력 2018.07.25 07:00|수정 2018.07.26 09:25
    '수요-공급' 이론으로 보면 리츠로 부동산 값 잡기 어려워
    실물 부동산 투자 목적 '수익률'에 국한된 것 아냐
    • 정부의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키우기' 방침에 따라 관련 투자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규 상장을 앞둔 리츠가 대기 중이고 이에 발맞춰 비개발·위탁관리리츠의 상장예비심사 면제 및 우선주 발행 허용 등의 활성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증권사 IB들도 속속 공모 리츠 상장에서 먹거리 발굴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과는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표면상 "부동산 투자도 이제 자본 시장을 통해서 하자"라는 표어를 내세우지만 결국 '부동산에 대한 자금 유입' → '부동산 가격 인상'의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평가인 셈이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돌려주는 주식회사 형태의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다. 오피스부터 호텔, 리테일, 임대주택 등 다양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9월 '리츠 활성화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대책에는 ▲퇴직연금 리츠 투자 허용 ▲비개발형 리츠 상장예비심사 폐지 ▲리츠 신용평가제도 도입 등 리츠에 대한 투자 장벽을 낮추는 방안이 대거 포함될 계획이다.

      정부의 리츠 활성화 움직임은 지난 정부 시절인 2016년부터 시작됐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이를 더 확대·활성화하려는 모양새다. 다만 지난 정부 때와 달리, 이번 정부의 리츠 활성화 정책은 '부동산 가격 안정'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토부는 지난달 내놓은 2017년 리츠 운영실적 자료를 통해 "부동산직접투자보다 전문가에 의한 간접투자가 효과적인 사례"라고 언급했다. 또 "연금형태 안정적 소득원으로 고령층 소득기반 확충에 기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으로 미루어볼 때, 개인 투자 수요를 리츠로 흡수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판단이 실제로 밑바탕에 깔려 있다면 전형적인 '탁상공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기업구조조정 및 위탁관리리츠가 투자하고 있는 리츠 총 188개 중 95개(자산비중 55.5%)가 주택에 투자되는 등 '주택 투자 리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상당 부분이 임대주택 리츠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리츠가 활성화될 경우 이 같은 간접투자기구를 통해 부동산 시장, 특히 현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주택 부동산 시장으로 더 많은 자금이 흘러 들어가게 된다.

      리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부동산 시장으로 많은 자금이 흘러 들어간다면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이상 부동산의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수요-공급 곡선만 그려봐도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 리츠는 부동산 펀드처럼 간접투자상품이라 시중 자금을 부동산으로 공급하는 채널의 역할을 한다"며 "공모 리츠가 활성화되면 기존에 있던 부동산 펀드뿐만 아니라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의 채널이 더 늘어나는 셈이라 오히려 빌딩이나 주택 등의 부동산 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세운 대로 공모 리츠가 실물 부동산 투자를 대체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목적이 '수익률' 때문만은 아니라서다. 실물 부동산 투자자의 경우 당장의 수익률보다도 향후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와 임대수익 외에도 실제로 거주가 가능하다는 복합적인 이점 때문에 투자를 결정한다.

      단순히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이라는 메리트만으로는 아파트나 주택 등 실물 부동산 투자 과열을 누르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리츠는 기존 부동산 투자에 대한 '대체상품'이 아니라, 부동산 매매는 그대로 이어지면서 신규 자금까지 쏟아붓게 만드는 '보충상품'이라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츠를 포함한 부동산 간접상품에 투자하는 고객 상당수는 고액자산가"라며 "이미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여유 자금으로 또 다른 투자처를 찾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지 실물 부동산을 대체하기 위해 간접투자상품에 발 담그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정부의 기대만큼이나 시장에서 리츠 인기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정부가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임에도 불구,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공모 리츠 이리츠코크랩은 일반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일반에 배정된 316억원에 절반도 안되는 142억원의 청약이 들어왔다. 초기 5년간 연 7%의 예상 운영수익률을 내걸었지만, 관심을 모으지 못한 것이다.

      투자 시장에서는 그간 국내 부동산 시장의 과열된 역사로 인해 리츠가 제공하는 수익률이 국내 개인 부동산 투자자들의 마음에 차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을 실매매 했을 때보다 더 큰 수익 메리트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려면 시장 가격 대비 훨씬 낮은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하고 상품화 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리츠 활성화는 정부가 내세우는 부동산 규제 쪽과는 오히려 거리가 멀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