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혁신은 사라지고...'문어발식 재벌 경영' 따라하기
입력 2018.07.26 07:00|수정 2018.07.27 10:07
    게임·엔터·운송 진출했지만
    카카오만의 색깔 드러나지 않아
    후발주자 '위챗'은 글로벌 도약
    김범수 의장 총리식 리더십에
    견제장치 없어 불확실성 확대
    • 카카오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신산업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은 희미해지고 과거 재벌들이 보여준 문어발식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들이 주를 이룬다. 수익성은 차치하고 피인수한 기업들과 사업간 시너지와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김범수 의장의 재벌 총수식 경영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혁신 사라진 카카오…문어발식 대기업 행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신산업의 '혁신성' 고갈 부분. 핀테크, 커머스, 엔터테인먼트, 운송 등 카카오톡 플랫폼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사업엔 손을 두루두루 뻗어 놨지만, 카카오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비즈니스는 찾기 힘들다.

    •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사례들이 카카오뱅크, 멜론, 카카오네비다.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통해 기존 은행들이 미치지 못했던 영역을 개척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이달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 국회토론회에 직접 나서 “신용평가시스템에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들의 특성을 반영하려 했으나 데이터 사용범위가 제한적이다”라고 고백했다.

      1조원을 주고 인수한 멜론도 마찬가지. 음원 수익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경쟁자 부재에 따른 반사효과가 크다. 카카오만의 특별한 서비스가 없다 보니 음원시장은 어디까지나 가격정책에 따라 움직일 것이란 분석이 대다수다. 6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네비게이션 서비스 카카오네비(김기사)도 차라리 인수 이전이 나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 카카오톡 말고는 압도적 시장지위 부재...캐시카우가 없다

      1조원을 주고 인수한 멜론의 경우 SKT의 음원시장 진출 및 규제 강화로 수익이 악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카카오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M과 카카오를 합병한다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부에선 그나마 수익성이 좋은 자회사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상장을 앞둔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고 있는 ‘블레이드2 for kakao’의 매출 순위가 떨어지는 데다 PC게임인 ‘카카오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도 식어가고 있다.

      사업부 분사를 통해 외부 투자를 받은 사업은 1년이 지났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분기 거래액만 3조원에 달할 정도로 외형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송금서비스가 거래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를 통해 발생하는 카카오의 수익은 사실상 전무하다. 관련 인력 채용, 마케팅, 서비스 고도화는 이뤄지다 보니 비용만 증가하는 구조다. 올해 하반기부터 송금 서비스를 탈피해 결제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인데, 얼마나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배차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하나 규제에 발목이 잡혀 수익모델을 실현하고 있지 못하다. 적극적으로 규제 변화를 이끌든지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지 않으면 서비스의 실효성을 고민해야 할 실정이다.

      ◇후발주자인 위챗은 글로벌 메신저 도약…카카오, 텐센트 테스트베드로 전락

      후발주자인 텐센트의 ‘위챗’은 광고수익만으로 한해 1조원을 벌어들이는 글로벌 메신저로 성장했다. 위챗은 은행업무, 영화예매, 뉴스 구독 등 모바일에서 이뤄지는 모든 서비스를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다 보니 위챗 공식계정에만 등록한 업체수가 1000만개에 이른다.

      이에 비하면 카카오의 현재 모습은 초라하기만 하다. 위챗이 펄펄 나는 동안 카카오는 위챗의 ‘테스트베드(시험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심지어 텐센트 코리아 대표인 캘리스 박(피아오얀리)은 카카오 이사회 멤버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캘리스 박은 2005년 인터넷 사업이 중국에서 각광을 받을 당시 텐센트에 입사해 한국어, 영어 등이 출중한 실력으로 2006년부터 국내 기업들과 만나며 수출상담을 진행했다. 박 대표가 중국에 가져간 게임만 해도 ‘나나이모’, ‘크로스파이어’, ‘아바’, ‘던전앤파이터’ 등 10개에 달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위챗의 테스트베드로 카카오를 활용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라며 “캘리스 박은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텐센트에서 승승장구 했다”라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 재벌총수식 경영에 커지는 불만

      이러다보니 김범수 의장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 의장의 대기업 총수식 경영이 견제장치가 없고, 회사의 미래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2015년에는 외부 영업인사였던 임지훈 대표 취임을 앞두고 6인 합의체 CXO팀을 만들었지만 외부를 의식한 체제일뿐 여전히 김범수 의장 중심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경영진들이 반대한 멜론 인수도 김 의장의 고집 때문에 인수했고 결국 모든 의사결정은 김 의장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던 상황에서 임지훈 전 대표마저 카카오를 떠났고, 결국 김 의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조수용, 여민수가 공동대표에 올랐다. 첫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받은 질문은 카카오의 미래가 아닌 카카오의 본인 소유 비상장 회사 'JOH' 인수를 둔 의혹에 대한 해명이었다.

      회사의 주력 먹거리이자 유일하게 돈을 버는 계열사인 카카오 게임즈의 수장인 남궁훈 대표도 김 의장과 PC방 사업 동업자였을 만큼 막역한 관계다. 김 의장이 공식적인 의사결정 라인에서 한 걸음 물러나 책임은 피하면서, 사실상 견제 받지 않는 지위에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김 의장은 회의마다 김앤장 출신의 준법경영실장인 강성 변호사와 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크를 피하기 위함이라지만,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것 자체가 대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다.

      재벌 총수식 경영과 신사업 비전의 부재, 기존 사업에서의 수익성 또는 시너지 창출 지연이 이어질 경우. 계속적인 투자유치 혹은 자금 마련이 앞으로 가능할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의구심을 제기한다. 기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혁신이 없다면 이전과 같은 기업가치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