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실현 속도가 투자 속도 못 미쳐...비용 부담
"영업이익률 내년 더 악화할 수도"
'정부 눈 밖에 나면'...정치적 의도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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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실적 개선 여지와 주가 우상향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친화'·'국민주' 타이틀을 얻고 싶었던 것 같다. 액면분할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진 않는다." (한 증권사 연구원)
"정말 주주 환원을 중시한다면 자사주를 일부라도 소각했을 것이다. '드루킹 사건' 등으로 포털 규제가 강화될 기미가 보이자 '국민' 뒤에 숨으려는 것 같다. 삼성전자와 비슷하게 개인투자자 수급을 끌어들여 기관·외국인 매도세를 받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운용역)
'국민 포털' 네이버의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호재인 '액면분할' 카드를 꺼내자마자 주가는 급락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액면분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 주가 하락의 핵심은 결국 실적에 대한 우려다. 이미 지난해 4분기 비용 증가율이 핵심 비즈니스인 광고수익 증가율을 넘어섰다. 40%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은 30%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메신저 라인(LINE) 성장세는 꺾였고, 신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액면분할은 하반기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27일 네이버 주가는 74만원대로 연초 한때 97만5000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24%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 12%의 2배에 이른다. 지난해 하반기 한때 최고 125만원까지 제시됐던 네이버 평균 목표주가는 어느새 90만원대 초중반으로 뚝 떨어졌다.
이번 2분기 실적은 대부분의 증권사 추정치를 최대 200억원 이상 하회했다. 실적 발표 후 증권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비용', '부담', 그리고 '중장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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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관심은 결국 네이버 주가가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느냐, 그리고 액면분할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느냐로 집중되고 있다.
드러난 수치만 보면 네이버의 사업은 순항 중이다. 2분기에도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11.1% 성장했고, 네이버페이 거래액은 지난 1분기 대비 12.8% 늘었다. 비즈니스플랫폼·IT플랫폼 매출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고성장에도 불구, 신규사업 투자비·인건비·마케팅 비용이 더 크게 늘어났다. 올 2분기 네이버 영업비용 1조1113억원은 지난해 대비 31.8% 증가한 것이다. 투자성 비용 지출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그 성과가 아직 충분히 실적에 반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26일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질문이 이어졌다. '투자에 대한 성과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는 질문에 네이버는 "시점을 정확히 언급하기는 힘들며 올해는 영업이익률 30% 초반을 유지하겠지만, 투자 속도와 규모에 따라 내년에도 악화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때 네이버 주가를 견인했던 자회사 라인코퍼레이션의 성과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올 2분기 라인코퍼레이션은 일회성 이익 제외시 약 4억2000만엔(40억여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하반기 라인파이낸셜을 통한 핀테크 서비스·가상화폐거래소 설립·라인페이를 통한 결제 서비스 확대 등에 대규모 투자비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라인코퍼레이션이 올해 약 30억엔(300억여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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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액면분할'은 오히려 주가 급락의 방아쇠가 됐다. 실적 및 액면분할 추진 발표 직후 네이버 주가는 순간적으로 71만6000원까지 밀리며 전날 종가 대비 5% 가까이 떨어졌다. 이후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다음날인 27일에도 하루종일 주가는 약세를 이어갔다.
액면분할을 바라보는 투자업계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네이버가 가장 부담이 덜한 주주환원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장 올 상반기 삼성전자 액면분할 이후 주가 급락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오히려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외적인 영향에 대비해 액면분할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네이버는 최근 댓글조작사건으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다. 네이버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네이버페이'의 오프라인 시장 확장은 현 정부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인 소상공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주주친화'는 현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한다. 진입 장벽을 낮춰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 '국민주' 호칭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네이버는 "(액면분할은) 네이버가 전국민이 이용하는 포털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개인 주주들이 늘어나면, 정부가 네이버를 강하게 압박하긴 어려워질거란 분석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드루킹 사건이 하반기 대형 사업 리스크로도 비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정부 눈 밖에 나서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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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27일 15:2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