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영업이익 반토막 불구, 대주주 배당금은 '유지'
생태계 구축 실패한 현대차, 협력업체 책임론도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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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부진은 계열 부품사는 물론이고 협력업체까지 그 여파가 고스란히 미쳤다.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던 주요 협력업체들도 유동성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고, 실제로 1·2차 협력업체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대내외 악재 속에 현대자동차의 판매 회복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되면서 협력업체들의 여건도 당장 호전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자동차 생태계 구축에 실패한 현대차의 책임론은 간과할 수는 없는 문제다. 다만 실적은 바닥인데 연간 수 십억원의 배당은 그대로 챙겨가는 일부 협력업체 경영진들의 태도와 현대차와의 관계만을 믿고 회사를 운영해온 협력업체의 경영 방식 등도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올해 들어 현대차 협력업체들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현대차에 흡기·연료계 부품을 공급하던 1차 협력업체 리한은 최근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300여곳에 달하는 현대차 1차 협력업체 가운데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던 탓에 리한의 워크아웃 신청은 대다수의 협력업체의 위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2차 협력업체인 엠티코리아도 최근 청산절차에 돌입했다.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절차를 진행하며 두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현대차의 대표적인 1차 협력업체 성우하이텍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조정 됐다. 엔진용 부품을 제조·납품하는 부산주공의 신용등급은 올해 4월 BB-(부정적)에서 B+(안정적)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실적 부진은 고스란히 계열 부품사와 협력업체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의 실적이 좋으면 마진율 압박에, 실적이 부진하면 단가 인하 압력에 시달리는 구조이다 보니 전방산업의 부진이 지속할 경우 유동성 위기를 맞는 협력업체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협력업체들의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마냥 현대차를 탓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의 고속성장에 힘입은 협력업체 대주주들은 매년 꾸준히 배당을 챙겨왔는데, 사업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한 현시점에도 기존 배당 성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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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주요 협력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해 들어선 실적 부진이 더 심화하는 추세로 국내 상장사 자동차 부품업체 24곳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582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4%가량 급감했다.
현대기아차에 헤드램프를 납품하는 에스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었지만, 배당금은 오히려 늘렸다. 지분의 절반 이상은 대표이사 회장과 일가족이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도어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평화정공 또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에 그쳤지만 올해 지급하는 배당금은 2억원가량 늘었다. 평화정공의 대주주는 계열사인 피에이치씨(39%), 피에이치씨의 최대주주는 평화정공의 대표이사다. 결국은 대표이사에게 배당금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구조다.
자동차 내장제품을 생산하는 서연이화는 2015년 1185억원, 2016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전환 했지만 배당 규모는 3년째 같다.
사실 현대차 부품 업체들은 현대차와 같이 성장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현대차가 국내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할 때 1·2차 협력업체들도 함께 몸집을 키웠고, 현대차가 중국과 미국 등 주요시장, 신흥 시장에 진출할 때도 협력업체들은 공장을 증설하며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시가총액 수천억원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이 생겨났고, 1000억원 이상씩 영업이익을 거두는 1차 협력업체들은 대기업에 비견할 만큼 성장했다.
자동차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이 현대차 때문에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막대한 이익을 거둬왔던 회사들이 채 1~2년도 버티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는 협력사에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며 "자동차 생태계 구축에 실패한 현대차도 책임이 있겠지만 현대차와 관계에만 의존한 협력업체 경영진의 책임도 간과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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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29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