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실적·업계호황에도 투심 이끌어내지 못하는 롯데케미칼
입력 2018.08.03 10:34|수정 2018.08.03 10:34
    실적 발표 이후에 이틀 연속 주가 하락세
    국내·외 화학업체 증설…공급 과잉 본격화
    "하반기부터 실적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
    • 롯데케미칼이 업계 호황을 맞아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주가 흐름은 부진하다. 국내외 주요 화학 기업들이 증설을 마치고 생산량을 늘리는 탓에 공급 과잉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매출액 4조3302억원, 영업이익 701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4%, 10.9% 증가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가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최근 1년새 가장 낮은 수준인 33만원대를 기록하고 있고 실적 발표 직후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모두 매물을 쏟아냈다. 최근 이틀 동안 기관은 13만6233주를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보유율을 31.76%서 31.40%까지 낮췄다. 주된 이유는 하반기부터 실적 부진이 시작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 때문이다.

      공급 과잉에 따른 화학 제품 스프레드(Spread·판매 가격에서 생산 비용을 차감한 금액)가 줄어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셰브론(Chevron)·다우듀퐁(DowDupont)·엑슨모빌(ExxonMobil) 등 미국 화학 기업들도 에탄 분해시설(ECC) 증설을 마무리하고 가동을 시작한다. 앞으로 셰브론은 112만5000톤, 다우듀퐁과 엑슨모빌은 각각 150만톤씩 증산한다. 총 412만5000톤 규모로, 롯데케미칼 연 생산량(210만톤)의 2배에 이른다.

      ECC 증설이 미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내 정유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꾀하며 석유화학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2조원가량을 투자해 2022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지을 계획이다.

      ECC·MFC 등이 생산하는 에틸렌은 폴리에틸렌(PE)의 주 재료다. 미국은 PE 순수출 국가라 미국 ECC 증설에 따른 PE 생산량 증가분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시장으로 수출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호조를 견인해왔던 PE의 수익성이 나빠질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ECC 뿐만 아니라 납사 분해시설(NCC)과 관련한 우려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5~2016년 국내 여수 공장에 NCC 증설을 결정하는 등 생산량을 늘려왔다. 그러나 유가 상승세에 NCC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고, 핵심 수요처인 중국이 자급력을 높이고 있어 사업 여건이 긍정적이지 않다.

      미중 부역 분쟁이나 주요국의 보호 무역 강화 기조 등으로 화학 제품 전반의 수요 둔화 및 수출 경쟁력 저하 가능성도 상존하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3년 간 기록한 우수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말 3500억원 수준이었던 이자 및 세전이익(EBIT)은 2015년 말 1조6100억원, 2016년 말 2조5400억원, 작년 말에는 3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총 자산도 10조3200억원에서 19조6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10%대 중반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재무 상태가 양호하고 수익성 창출 능력도 당분간 유지할 예정이지만, 국내외 공급 과다에 따른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화학 담당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화학업 호황에 우수한 수준의 수익성과 사업·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공급 과잉에 따라 1~2년 내에 수익성 악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성장성'에 민감한 주식 시장에서는 이 같은 악재를 미리 반영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