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기금들, 美 부동산 투자서 "이제 환헤지 안해요"
입력 2018.08.10 07:00|수정 2018.08.10 14:09
    美 부동산 헤지 비용 150~200bp까지 상승
    사학·국민연금, 헤지 의무 비율 0%로 조정
    "분산 투자 필요…저가 매수 기회일 수도"
    • 국내 연기금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할 때 환 헤지(Hedge·위험 회피)를 생략하거나 헤지 비율을 낮추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인해 환 헤지 비용이 점점 커진 때문이다.

      사학연금은 최근 미국 하와이에 위치한 한 리조트를 담보로 발행한 대출채권에 1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사모대출펀드(PDF) 형태다. 이전에 집행했던 투자 건들과 달리 환 헤지는 하지 않았다. 목표 수익률 대비 환 헤지 비용이 큰데다가, 달러화 강세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환 헤지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학연금은 관련 규정도 변경해뒀다. 환 헤지 등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외부 기관의 컨설팅을 거쳐 자금운용규칙의 관련 규정(제65조 외환 관리 원칙)을 개정했다. 현재 부동산 등 해외 대체 투자의 경우 환 헤지 의무 비율은 원칙적으로 0%다. 부분적으로 환 헤지할 수 있지만, 자체 판단에 따라 생략이 가능하다.

      자산 운용 규모가 큰 국민연금도 지난 해부터 해외 대체 투자의 환 헤지 의무 비율을 0%로 낮췄다. 보유한 이종 통화도 많아 자체 환 헤지가 일부 가능한 만큼, 의무 규제를 없애고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결정이다.

      최근 미국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지출해야 할 환 헤지 비용은 150~200bp(1bp=0.01%)까지 높아졌다. 수익률 5% 안팎을 목표로 하는 선(先)순위 대출 투자 시 환 헤지 비용을 빼고 나면 3~3.5%로 하락한다. 달러화 강세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환에서 발생하는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국내 연기금들은 원화를 기반으로 회계를 연간 인식한다.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해 펀드를 조성하는 경우 기간이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길어지지만, 환율 변동 등의 이유로 일시적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당해에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 연기금이 환 리스크(Risk) 노출과 무(無) 헤지를 꺼려왔던 이유다.

      그러나 환 헤지를 하지 않고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미국 부동산에는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판단들이 적지 않다.

      한 연기금 대체 투자 담당자는 "국내 연기금들은 유럽 국가들에 이미 많은 자금을 투자해 독일 현지에서는 가장 중요한 '큰손'으로 등극했을 정도"라면서 "분산 투자 차원에서라도 미국 부동산 투자를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연기금 대체 투자 담당자는 "달러화 강세 탓에 미국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자금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오히려 지금이 투자 매력도 높은 자산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