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자동차 전지 사업은 투자 확대 및 육성 지속
LED·태양광은 청산 혹은 매각절차 끝나
투자업계 관심 '의료기기'…PEF 등 매물 출회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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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180조원 투자 계획 발표는 8년을 묵힌 5대 신수종 사업의 ‘종결 선언’이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제시했던 삼성의 체질 변화는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일부 사업은 빠른 사업 포기와 함께 청산 과정을 거쳤지만, 구조조정 및 매각 절차가 거론되는 사업부도 존재한다. 사모펀드(PEF) 등 투자업계에선 향후 삼성발(發) 매물 출회 가능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를 선정했다. 이들 5대 사업을 2020년 매출 5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최종 기한을 2년 남긴 2018년이 돼서야 삼성그룹은 4대 미래성장사업(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으로 육성안을 재조정했다.
바이오는 콜옵션 논란 등 홍역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양 축이 건재하고 그룹 차원의 지원도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용 전지사업은 ‘차량 전장’으로 범위가 넓혀져 육성 중이다. 삼성SDI가 주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9조원에 달하는 차량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하며 힘을 실었다.
태양전지‧LED 사업부는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거쳐 청산하거나 외부로 매각됐다.
태양광 사업은 폴리실리콘(삼성정밀화학), 잉곳‧웨이퍼(삼성코닝정밀소재), 태양전지‧모듈(삼성전자), 태양광 발전소 시공(삼성 에버랜드) 및 운영(삼성물산)으로 그룹차원의 수직 계열화를 꾀했다. 이 중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코닝정밀소재는 회사 전체가 외부에 매각됐다. 삼성전자가 꾸리던 태양전지 사업은 2011년 삼성SDI에 이관됐지만 결국 손실처리 후 사업을 정리했다.
LED 조명 사업은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삼성전자가 2012년 삼성LED를 흡수합병하면서 사업부 규모로 출범했지만 지난 2015년 사업팀으로 축소됐다. 시장이 예상만큼 확대되지 않은데다 국내에선 일부 제품 영역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투자 업계의 관심은 나머지 ‘의료기기’ 사업부의 향방에 쏠리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는 두 곳이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자회사 삼성메디슨으로 나눠져 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에선 MRI, CT기기 등 영상진단기기에 집중하고 있고, 삼성메디슨은 초음파진단기기를 생산한다.
의료기기를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직후 M&A를 통해 영토를 확장했다. 2010년 삼성메디슨 전신인 메디슨 인수를 시작으로 2011년엔 글로벌 사모펀드(PEF) 워버그 핀커스에서 ‘넥서스(Nexus)’를 인수했다. 2013년엔 미국 CT기기업체 뉴로로지카(NeuroLogica) 인수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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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업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삼성메디슨은 올해 상반기 16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재작년 250억원 적자를 기록한 후 작년 2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5월엔 출범 당시 인수했던 넥서스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일부 글로벌 PEF 및 투자업계에선 의료기기사업의 매물 출회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삼성메디슨보단 아직 성장 여력이 남아있는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양 사업부의 통매각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는 기존까지 가전부문(CE) 실적에 포함됐던 의료기기사업부 실적을 올해부터 ‘기타’ 부문으로 분리해 공시하면서 설왕설래하기도 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독립 사업부 실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회계를 분리하면서 사업부 매각 명분 만들기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출범 당시만 해도 영리병원 규제 완화 등 새 시장 개화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의료 민영화 논란으로 시장이 열리지 않은 데다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라며 “PEF 혹은 글로벌 의료기기 사업자 등 적절한 원매자만 있다면 삼성에서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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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