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쟁 구도 속 '콘텐츠'사 몸값 치솟아
자금수혈 급한 CJ ENM 의사결정도 '변수'
국내 유일 '텐트폴' 제작사…"섣부른 결정 독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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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선두 드라마‧컨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파트너 물색에 나섰다. 국내외 M&A 시장 내 가장 큰 테마로 떠오르는 온라인·모바일 동영상 서비스(Over-The-Top, OTT)업체와 콘텐츠 업체 간 결합 분위기를 타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국내에서 대체할 수 없는 콘텐츠 제작사로 자리매김한 만큼 일단 협상 주도권은 매도자에 있다는 평가다. ‘미디어, 콘텐츠 강화’를 사업 목표로 내건 통신 3사의 러브콜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원 마련을 위한 근시안적인 투자자 유치보단 긴호흡으로 콘텐츠 활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8일 스튜디오드래곤의 모회사 CJ ENM은 공시를 통해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활용 방안을 전략적투자자(SI) 등을 우선에 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이미 지난해 말 상장 직후부터 해당 안을 투자자설명회(NDR) 등을 통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모회사 CJ ENM이 보유한 지분율(71%)을 고려할 때 약 10~20%의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가총액을 고려할 때 3000억~6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아직 주관사 선정 단계로 뚜렷한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다. 업계에선 원매자로 국내 통신3사 및 카카오, 중국의 텐센트 및 알리바바, 미국의 디즈니 등 통신‧미디어 사업자들이 두루 거론된다.
최근들어 공중파 TV, 케이블·유료방송 등 전통 매체와 모바일·인터넷 기반 OTT 간 주도권 싸움이 펼쳐지며 플랫폼을 채워넣을 콘텐츠 수요는 어느때보다 커졌다. 이미 넷플릭스가 활성화된 미국 시장에선 OTT의 활성화로 케이블TV, 유료방송 해지 현상(코드컷팅)이 확산되며 케이블 방송 및 통신사 등 올드미디어사들은 급격한 수익성 및 점유율 악화를 지켜봐야했다.
최근 글로벌 M&A 시장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올드미디어 회사 간 결합, 플랫폼사와 콘텐츠 기업간 M&A 등 메가딜이 줄을 잇고 있다. 수 년을 끌어온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약 93조원)도 승인됐고, 디즈니도 뭉칫돈을 풀어 콘텐츠 제작사 '21세기 폭스'를 품었다(약 78조원). 디즈니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끊고 자체 콘텐츠 기반 OTT 출범을 발표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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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아직까지 주도적인 OTT가 등장하지 않아 이 같은 판도 변화에선 다소 떨어져있다. 하지만 OTT의 파급력을 일찌감치 감지한 통신 3사 주도로 자사의 플랫폼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텔레콤이다. 최근 들어 그룹 OTT 사업 ‘옥수수’를 SK브로드밴드에서 분사해 SK텔레콤에 흡수하거나 자체 계열사로 놓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LG유플러스도 올해 초부터 컨텐츠 사 M&A를 두고 내부 검토중에 있다. 국내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 제휴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스튜디오드래곤과 제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에서 이른바 글로벌 시장 수준의 '텐트폴'(텐트 기둥처럼 중심 역할을 하는 작품)을 꾸준히 양산해낼 수 있는 제작사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유일하다는 평가다.
CJ입장에선 쏟아지는 ‘러브콜’을 둔 전략적 판단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공개적으로 재무적투자자(FI)대신 글로벌 진출을 도울 SI를 중심으로 협력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밝힌 만큼 중국 업체와 손을 잡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 미디어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 SI를 주주로 맞는 건 이미 엔터테인먼트사들도 수차례 경험을 했었지만 시너지나 중국시장 진출보다는 단순 투자목적에 그친 사례가 많다”며 “같은 길을 택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공개 매각으로 원매자를 애타게 한 후 결정을 최대한 늦추는 전략을 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넷플릭스와 이에 대응하는 국가·권역별 OTT들이 서로 각축을 벌일 수록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몸값은 치솟을 수 있는 상황이다. 즉 70% 지분을 유지하면서 업계 구도가 변화하는 상황을 관망하는 게 가장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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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와 CJ그룹 차원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점도 변수다. CJ그룹 차원에선 통신사가 보유한 자금력과 마케팅 역량을 활용할 경우 최소의 비용으로 국내시장에 빠르게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 모회사 CJ ENM의 재무부담을 덜 수 있는점도 꼽힌다. 합병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청구권에 대응하느라 수천억을 쏟은 데다 조단위 글로벌 M&A에도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다소 지지부진한 CJ헬로 매각과 이번 스튜디오드래곤 소수지분 매각을 함께 진행하는 ‘빅딜’이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SK텔레콤과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간 거래 직후 후속 단계로 CJ와 SK텔레콤 간 콘텐츠 협력이 예정됐지만 거래가 무산되면서 SK텔레콤이 SM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유료방송 매물 가치는 점차 떨어지고 콘텐츠사 가치는 오르는 만큼 과거 아이디어를 다시 차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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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16일 14:2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