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코스닥 어느 쪽도 IPO 쉽지 않다는 지적
'공모 자금 유입'보단 '특성'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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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 실무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기업들을 상장시키기 좋지 않은 분위기라서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몸집이 되는 기업에 코스닥시장을 권유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빛이 바래긴 했지만 정부 정책 수혜를 기대할 수 있고, 한국거래소에서도 코스닥 기업 유치에 더 적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연초 이후 8월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사는 총 5개사에 불과하다. 공모 규모가 2000억원이 넘는 기업이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IPO 공모액도 7107억원으로 2016년과 2017년 4조원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신규 상장사의 주가 추이도 그리 흐름이 좋지 않았다. 5곳 중 3곳의 주가가 공모가 아래에서 형성되고 있다. 대형주 위주의 유가증권시장에서 박스권 종목별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보니 주목도 크게 받지 못했다. 5곳 중 4곳의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와 같거나 낮았다. 롯데정보통신만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2.5% 높게 형성됐다.
여기에 코스닥시장에 비해 거래소의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해 초 상장유치팀을 폐지하고 업무를 증권시장마케팅실로 이관했다. 이후 적극적으로 신규 상장 기업을 유치하려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예상 시가총액이 1조원 안팎인 중견 기업에게 상장 주관사가 코스닥행을 권유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푸대접을 받으며 크게 주목도 받지 못하는 시장에 가느니 차라리 코스닥시장에서 중량급 신인으로 존재감을 보이자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히 코스피를 택한 티웨이항공이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며 코스피행에 대한 부담감이 전반적으로 생긴 것 같다"며 "코스닥 지수가 많이 무너지긴 했지만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코스닥시장 점검을 위한 간담회를 여는 등 여전히 정부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수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코스닥시장도 IPO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코스닥 벤처펀드 등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도 지수 방어는커녕 오히려 코스피 대비 낙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범한 지난 4월5일 대비 8월20일 코스닥 지수는 11.41% 하락했다. 종가 기준 연고점을 기록한 1월29일에 비해선 약 17% 떨어진 상황이다. 코스피 연고점 대비 하락폭인 13%보다 크다.
이처럼 코스닥시장 활성화의 '마중물'로 기대를 모은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 6개월도 안 돼서 존재감이 약해진 데다, 바이오주에 대한 회계 논란 여파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어 코스닥시장 역시 IPO 악재 요인이 부각되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뚜렷한 매수 주체나 주도 업종이 부재하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이라고 IPO를 하기 좋은 환경이라 진단하기는 어렵다"며 "하락장에서는 코스피보다 코스닥이 더 많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공모 자금을 더 많이 끌어올 수 있는 시장'만 생각하기 때문에 이 같은 고민에 빠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업 성격에 맞는 시장보다는 '공모 자금 모으기 유리한 곳' 혹은 '시가총액 규모'에 따라 상장할 시장을 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미국 등에 비해 시장의 차별성과 경쟁력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의 상장 절차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워 코스닥시장이 증시에 쉽게 입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 증권사들이 IPO 기업을 어느 시장에 상장시킬지 고민하는 이유에는 '공모 자금 유입'은 포함되지만 기업과 시장의 '특성'은 빠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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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21일 15:5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