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도 롯데그룹 마케팅 중요성 강조
향후 본격화 할 거래 따내기 위한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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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물산은 7월 31일 2억달러 규모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을 발행했다. 그린본드와 소셜본드가 결합한 형태인 이 채권은 국내 기업이 발행한 사례가 거의 없었음에도 10배 이상의 수요가 몰렸다. KB국민은행 롯데 담당 RM(Relationship Manager)이 셀다운 없이 단독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롯데물산은 국내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 KB국민은행은 최근 롯데그룹 계열사가 러시아 모스크바에 가지고 있는 건물에 대해 대출도 실행했다. 이 건물은 원래 일본계 미쓰이 스미토모은행이 대출한 상태였으나 만기에 이르러 더 연장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국내외 금융사들도 손을 내저을 만큼 우량한 자산이 아니었다. KB국민은행이 나서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차입금을 대체해줬다.
롯데그룹의 마음을 잡기 위한 KB금융그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단독으로 부담을 지며 접점을 넓혀가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그 동안 일본계 금융사와 손을 잡고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쓰비시은행 등이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채권을 사들이고, 주요 투자건마다 우군으로 참여했다. 주요 거래 자문은 노무라증권이 따내곤 했다. 오너 일가가 일본 사정에 밝았고, 일본의 저금리 상황도 도움이 됐다. 국내에서는 일본 네트워크가 강한 신한금융그룹과 가깝다는 평가다.
KB금융그룹과 롯데그룹의 거리가 좁혀진 것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의 갈등이 다시 불거진 2015년 이후다.
경영권 분쟁 여파로 롯데그룹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자 KB금융그룹이 적극 자금 지원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KB국민은행은 신동빈 회장의 롯데쇼핑 주식을 담보로 대출해 주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 자금을 기반으로 롯데제과 지분을 늘리며 그룹 지배력을 보다 공고히 할 수 있었다.
KB금융그룹은 최근엔 보다 적극적으로 롯데그룹과의 관계 형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의 RM들이 부단히 롯데그룹을 드나들며 얼굴을 익히는 분위기다. 오보열 CIB 고객그룹대표는 물론 윤종규 KB금융 회장까지 나서 롯데그룹 대상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이 롯데그룹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앞으로 기대할 만한 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부재로 대부분의 투자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일부 부실 자산을 매각하거나 법 저촉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돌아오고 그룹 지배구조가 완전히 안정화 되면 본격적인 사업 확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밀려 있는 해외 M&A나 설비 투자 등이 쏟아질 수 있다. 막대한 자금 조달 작업이 수반되기 때문에 금융사에도 좋은 기회가 된다.
롯데그룹은 부수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신디케이션보다 소수 금융사에 일을 맡기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평가다. 이를 감안하면 금융사가 미리 관계를 다져둘 필요성은 더 커진다.
KB금융 관계자는 “경영진이 롯데그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은행과 증권의 RM들이 열심히 뛰어 다니면서 롯데그룹 익스포저도 상당히 늘고 있다”며 “앞으로 참여할 만한 거래가 많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미리 관계를 다져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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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