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으로 미뤄야 하나…대어급 IPO, 시점 ‘고민’
입력 2018.09.04 07:00|수정 2018.09.03 18:17
    바디프랜드·두산공작기계, 상장예비심사 청구 전
    '감리'에 한 번 잡히고 횡보장세에 '상장 타이밍' 고심
    올해 상장사 주가 부진… 대내외적 불확실성도 발목
    • 올 하반기 예정됐던 대어급 기업공개(IPO)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감리 이슈와 시장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으며 연초 기대와는 달리 최근 3년 중 가장 얼어붙은 시장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연내 상장 완료는커녕 상장예비심사 청구 조차 못한 경우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내 상장이 점쳐지던 바디프랜드와 두산공작기계의 경우 IPO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두 기업 모두 한국거래소에 5월말쯤 상장 계획을 통보했지만 아직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바디프랜드와 두산공작기계가 연내 상장을 마무리하려면 늦어도 9월 초까지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야 연내 증시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디프랜드는 감리를 받은 후 최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과를 확정했으며 두산공작기계는 감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감리 대상 기업은 무작위로 선정돼 짧게는 한 달부터 반년 이상 걸릴 수 있어 발행기업과 상장주관사 등이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산공작기계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업종 특성상 해외 비교 대상 기업 상당 수가 중국 기업이다 보니 미중 무역전쟁으로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IPO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금 상황에서 두산공작기계의 기업가치를 책정할 경우 자칫 평가절하될 수 있어서다.

      바디프랜드도 '내홍'을 겪으며 상장에 뜸을 들이고 있다. 최근 '갑질 논란'으로 여론까지 안 좋아지면서 연내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스피지수도 하락 후 2300선에서 횡보하고 있어 상장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막상 증시에 입성을 하더라도 주가가 시원찮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는 것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총 5개사로, 이 중 60%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점이 이 같은 우려를 방증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특히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주에 쏠린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며 "게다가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회사는 잠재적 물량 부담인 오버행 이슈까지 겹친 탓에 주관사들 입장에서는 상장 타이밍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두 기업을 제외하고 나면 올 하반기 대어급 IPO에 이름을 올린 것은 현대오일뱅크와 홈플러스리츠, 카카오게임즈, CGV베트남 정도가 남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은 10~11월쯤 상장 완료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흐름과 11월 미국 중간선거 등을 고려했을 때 내년 1월쯤으로 상장을 늦추는 게 나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분위기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일찌감치 예심을 통과해 놓고도 감리에 발목이 잡혀있다. 감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아 이달 말로 예정했던 증권신고서 제출도 연기한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감리로 인해 일정이 한동안 '멈춤'상태였다.

      일각에서는 샤오미 IPO 사례를 근거로 국내 IPO 대어들도 올 하반기는 쉬어가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7월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샤오미의 경우 공모가(17홍콩달러)보다 2% 낮은 16.60홍콩달러에 시초가가 형성돼 주가가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성을 갖추고 거대 팬덤을 거느리는 '대륙의 기적' 샤오미도 시장에서 평가절하를 받는 상황에 프라이빗에쿼티(PE)들의 투자금회수용 IPO가 다수인 국내 IPO 딜들이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 '최상의 타이밍'에 상장을 하려면 운이 따라야 가능하기에 단순히 시장이 안 좋다고 IPO 일정을 좌지우지하는 상장주관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대내외적 요인이 개선될 여지 또는 그럴 것이란 합리적 기대가 있다면 상장예비심사 청구 전의 발행사와 상장주관사들이 IPO 일정을 못 늦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