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산업' 많지 않아…정부 지원의지도 확인
"큰 트렌드 안 변한다…내년에도 바이오붐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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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금 주식자본시장(ECM)은 '바이오 빅웨이브'죠. 바이오 영업 안하면 실적 내기가 너무 힘듭니다." (한 대형증권사 ECM 담당 임원)
주식시장 자금조달 트렌드가 '바이오·헬스케어'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주 급등세의 '여운'이 남아있는데다, 경기 침체를 눈 앞에 둔 지금 '성장'이 나올 산업은 바이오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분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2010년 자동차 부품업체, 2012년 스마트폰 관련 부품업체, 2014년 모바일 게임사 붐(boom) 같은 바이오 상장·자금조달 붐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금까지 상장했거나 상장공모를 완료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동구바이오제약·알리코제약·하나제약 등 모두 7곳이다. 케어랩스·세종메디칼·제노레이 등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업이나 의료기기 업체까지 모두 합치면 13곳에 달한다. 올해 신규 상장사 3곳 중 1곳은 바이오·헬스케어 업체였던 셈이다.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업체 중 5곳, 심사를 청구한 기업 중 8곳이 바이오·헬스케어 업체다.
이 같은 추세는 유상증자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3분기에만 5곳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공모 시장에서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 기간 공모 증자를 진행한 15곳 중 3분의 1에 달한다.
주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의 트렌드를 살피면 그 시점에 국내에서 어떤 산업이 주목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주식으로 신규 자금을 투자받기 위해선 '성장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지금은 바이오·헬스케어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증권사 IB 영업역(RM)은 "굴뚝산업이 경쟁력을 잃은 이후 국내 산업 중 연간(YoY)으로 확실히 성장이 나오는 섹터는 바이오 외엔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정도"라며 "바이오 기업 회계처리 및 감리 이슈가 적절한 수준에서 봉합되며 정부의 지원 의지가 확인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트렌드는 그간 수시로 변해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5대 자동차 메이커로 떠오른 2010년 무렵엔 1차~3차 자동차 부품 협력사(벤더)들의 상장이 집중됐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세계를 제패하자 스마트폰 부품업체들이 잇따라 증시의 문을 두드렸다.
이후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를 위시해 모바일 게임업체 상장이 붐을 이뤘다. 최근엔 반도체 관련 장비업체와 협력사들도 급상승하는 실적을 등에 업고 상장하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은 이들을 주식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자동차 부품사는 기관투자가들이 비선호하는 투자처 중 한 곳이 됐고, 스마트폰 부품사 역시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와 함께 부침을 겪고 있다. '국민 게임' 하나로 상장을 추진하는 게임 개발사도 찾기 어려워졌다. 최근 파티게임즈의 상장폐지 결정은 투심(投心)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주식시장 자금 조달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증시에 입성하고 자금조달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지켜본 업체들이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는 까닭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인해 자금조달 시점을 뒤로 미뤘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도 잇따라 공모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바이오를 제외하면 체감상 두드러지는 업종은 사실상 없는데다 시장 반응도 바이오기업이 제조업보다 낫다"며 "바이오·헬스케어라는 큰 흐름이 내년에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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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9월 28일 15:4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