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7개 증권사 주관 실적 점유율 1년새 2배로
인력 공격적 확충…경쟁 강도 강해져
평균 수수료율 추이 주목…'유지 가능할까' 의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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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반복되던 주식자본시장(ECM) 리그테이블 3강 체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어급 딜이 부재한 가운데, ECM 관련 인력을 집중적으로 늘린 중하위권 증권사들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낮아 이전부터도 경쟁이 치열했던 시장에 경쟁 강도가 더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도한 경쟁은 결국 수수료 인하라는 제살 깎아먹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28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SK증권·신영증권·키움증권·유진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 등 중하위권으로 분류되는 7개 증권사의 올해 3분기말 기준 ECM 주관 실적 점유율 합계는 23%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기준 12.04%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총 주관 규모도 3분기까지 1조5200억여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인 1조4890억여원을 넘어섰다.
IPO 주관 1위에 대신증권, 인수 1위에 신한금융투자, 주식연계증권(ELB) 주관 1위에 신영증권, 인수 1위에 유진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리는 등 '미래-NH-한국'만으로 이뤄졌던 리그테이블 순위표에도 '다양성'이 생겼다.
대형사에 속하지만 최근 수년간 ECM에서 약세를 보여왔던 삼성증권도 조직을 재정비하고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ECM 주관실적 점유율은 9.82%였다. 지난해 연간 기준 점유율이 5.47%였던 점을 고려하면 역시 두 배 가까이 올라간 수치다.
올해 ECM 부문 순위가 급상승한 증권사들의 특징은 최근 1~2년간 기업공개(IPO)를 비롯해 ECM 관련 인력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는 점이다. 대신증권은 ECM 부문 조직 리빌딩(Re-building)에 성공하며 IPO 전담 인력만 20명을 넘어서게 됐다.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 키움증권도 실무인력을 충원하며 지난해보다 커버리지를 늘렸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NH투자증권에서 유장훈 이사를 영입해 ECM 부문 2부서 체제를 구축했다.
ECM 부문은 전통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으로 통용돼왔다. 벤처캐피탈(VC) 등을 통한 중소기업 네트워크만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문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전년 대비 줄어들자 증권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수익원 다각화'를 추진했고, 주로 ECM 부문과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 인력 확충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가 올해 순위표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성과가 '발군의 실력' 때문이라기보단 '빈집털이'에 가깝다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발(發) 회계 감리 이슈와 박스권 증시 등으로 인한 수요예측 실패 등으로 대어급 IPO 딜이 무산되거나 내년으로 연기된 게 주효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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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쟁이 격화하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ECM 전체 평균 인수 수수료율(대표주관수수료 포함)은 1.29%로 지난해 연간 1.30%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지난 2014년 1.20%로 바닥을 찍고 2015년 1.49%, 2016년 1.5%로 상승 추세였던 수수료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유상증자 평균 수수료율은 0.66%로 최근 5년새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수수료가 박해지면 대규모 인원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공격적으로 인원을 늘렸다 해도, 거래를 수주하지 못하거나 거래에서 충분한 수수료를 받지 못하면 다시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0년대 초반 증권사들이 ECM 관련 인력을 축소한 것도 '수지'가 맞지 않아서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화 증권사가 부재한 국내 상황에서 경쟁 격화는 마진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빈익빈 부익부 효과로 초대형IB들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지는 가운데 중형사들도 공격적으로 경쟁에 나서며 소형사들은 ECM에 발을 붙이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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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9월 28일 15:0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