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통과 11월 예상…유예기간 등 감안, 내년까지 시간 있지만
앞장서서 시행…10대 그룹 중 정부 정책 가장 빨리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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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정부 정책에 발빠르게 호응하고 있다. 지난 8월말 발표된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 하기도 전에 관련 계열사 지분 대다수를 처리하는 모양새다.
그룹내 남은 적용회사는 조림회사인 SK임업 정도에 그친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액 혹은 지분정리까지 마무리하면 SK는 공정위가 지적한 사익편취 리스트 회사 처리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상위권 그룹 가운데는 최초에 해당된다.
◆SK D&Dㆍ해운에 인포섹까지…한앤코가 주로 인수ㆍSK임업만 처리하면 마무리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민ㆍ관 합동 특별위원회의 권고를 수용, 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상장ㆍ비상장사 할 것없이 오너 일가 지분율이 20%를 넘거나 혹은 이들 회사의 자회사(지분율 50% 초과)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들 회사가 내부거래액 200억원 또는 내부거래 비중이 12%를 넘기면 과징금은 물론,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가능해진다. 지난 4일 입법 예고 기간이 끝났고, 이번 가을 정기국회 통과를 준비 중이다. .
SK그룹의 경우, SK해운ㆍSK인포섹ㆍSK임업 세 회사가 규제 대상 리스트에 포함된다. 새 규제가 적용되면 부동산 개발사인 SK D&D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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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SK D&D의 지분처리부터 시작했다. 오너 일가인 최창원 회장 보유지분 23.82% 전량을 SK가스가 보유한 지분 3.46%와 함께 사모펀드(PEF)한앤컴퍼니에 넘긴다. 이로써 '오너일가 지분율 20%'에서 제외, 규제 대상에 빠지게 된다
SK㈜가 지분 57.2%를 소유한 SK해운도 역시 한앤컴퍼니에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신주 투자 방식으로 증자를 받아 SK㈜의 지분율을 떨어뜰이는 형태다. 이르면 10월 둘째주 무렵, 매매계약(SPA)체결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SK㈜ 100% 자회사인 IT 계열사 SK인포섹은 SK텔레콤의 자회사로 이동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자회사를 규제대상 으로 삼은 만큼, 이를 증손회사로 전환해 사각지대로 옮긴다는 방편이다.
사실 SK해운·SK인포섹은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상장(IPO)까지 순차적으로 고려했다. 규제 회피 목적보다는 지주사의 투자금 확보 목적이 더 강했다는 평가다. 다만 예상보다 공정위 규제가 촘촘해지며 시간이 걸리는 상장대신 외부 재무적투자자(FI)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방향만 바꾼 셈이다.
남은 회사는 그룹내 조림전문기업인 SK임업. 이 회사는 2004년까지는 최태원 회장 지분율이 36.7%였고 현재는 SK㈜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기준 내부거래액이 241억원, 내부거래비중이 59.6%여서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거래액을 낮추거나 아니면 SK인포섹처럼 그룹내 다른 회사로 지분을 처분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하이닉스 지분처리ㆍ실트론 이슈 등은 남은 과제
SK그룹의 빠른 처리 속도는 재계와 투자업계 전반을 놀라게 하고 있다. 현재는 LG정도만 이 속도에 맞추는 정도다.
어쨌든 재계에서 가장 앞장 서서 정부 정책에 호응하고 시행하는 그룹으로 평가받을 상황이다. 최근 최태원 회장의 방북 모습, 그리고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의 SK하이닉스 청주공장 방문과 격려사 등까지 맞물려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만 그룹 계열사 재편과정에서 과제들은 아직 남아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신규 지주사 전환에 나서는 그룹은 의무적으로 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20%에서 30%까지 늘리도록 하고 있다. 중간지주사 전환을 고려중인 SK텔레콤은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20.07%)을 향후 30%까지 늘릴 경우 현재 주가 기준 약 5~6조원의 재원이 소진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중간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물적분할한 통신 부문 자회사를 재상장해 구주매출로 자금을 회수해 이를 충당할 예정이다.
이번 규제망과는 거리가 있지만 최태원 회장이 지분을 직접 보유해 논란이 됐던 SK실트론 이슈도 남아 있다. 현재로선 상장을 통한 해결이 유력해 보인다.
전방산업인 반도체 경기가 호황을 보이는 데다 상장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최 회장은 직접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을 시장에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상장 명분도 확보한 데다 LG와 채권단으로부터 SK실트론을 인수한 지 1년여만에 수익이 3배가까이 오른만큼 최 회장의 '대박'도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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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05일 14:4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