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고금리 찾아 리스크 짊어지는 기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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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기조에 주식시장마저 붕괴하면서 연기금·공제회 등 주요 기관들들이 수익률 방어에 고심하고 있다.
일례로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운용수익률은 평균 11.6%를 기록했으나, 올 8월 수익률은 -5.1%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대체투자부문의 수익률은 지난해 4.5%에서 현재 는 5.2%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국민연금 이달 중순 하루 기준 사상 최대규모의 주식을 내다팔며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기관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주요공제회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가용한 투자자산은 늘어나는데 기존의 투자 방식만을 고수하면 수익률 맞추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결국, 대체투자 부문의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높은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해외 대체투자 상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러다보니 기존 고위험 사업군으로 평가 받아 금기시되던 사업영업의 투자심리도 되살아나는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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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국 경기의 호황으로 부채담보부증권(CDO)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등의 발행이 지난해부터 급증하고 있다.
행정공제회는 현재 금리연계 구조화 노트, CLO와 ABS 등 해외 상품에, 우정사업본부도 마찬가지로 CLO, 부동산저당채권(CMBS), 보험연계증권(ILS) 등 구조화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이외에 공무원연금, 군인공제회, 경찰공제회 등도 해외채권 구조화 상품 투자를 진행 중이다.
CLO의 발행은 대부분 미국을 비롯한 해외기업에 집중돼 있다. 트리플A(AAA)급 초 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CLO는 대부분은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차지다. 국내 기관들은 더블A(AA)급 또는 그 이하 신용등급을 보유한 상품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AAA급 상품의 연 기대수익률은 3%대, AA급은 7~8%대이지만 BB급까지 확장하면 목표 수익률은 크게 늘어 20%대에 달한다. A등급을 보유한 미국 기업이 담긴 상품의 투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평가 받지만, B급 기업들의 투자는 높은 수익률만큼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현재 CLO에 투자하고 있는 한 공제회 CIO는 "해외 파생상품의 경우 위험성을 한차례 확인한 만큼 아주 공격적인 투자보단 선순위(시니어론)담보부채권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일정수준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어 이 같은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저금리 상황 속에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변경 같은 정책적 이슈가 맞물린 보험사들도 채권 구조화상품의 주요 투자기관이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규제가 강화하면서 신용등급을 보유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 보험사 한 운용부문 관계자는 "AA급 수준의 CLO 투자를 진행해 약 4~7%의 수익률을 목표를 기대하고 있다"며 "발행자인 은행입장에서는 채권을 넘기니 BIS비율(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되는 효과를, 투자자 입장에선 비교적 고수익이 보장된 투자 등급의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고 했다.
다만 이 같은 구조화상품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사실 기업 또는 개인에 대한 담보대출을 묶어 구조화한 CLO의 경우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대표적인 상품 중 하나다.
실제로 글로벌 채권구조화 상품이 늘어나는 가운데, 해외 신용평가사를 중심으로 아시아권 기관들의 해당 상품의 공격적인 투자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CLO 상품 중 한 종류에 대해 신용평가를 중단했고, 피치(Fitch Rating)은 CLO를 구성하는 레버리지론의 예상 부도율을 2.5%로 전망했다.
국내 PEF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미국 경기가 호황인 탓에 기초자산들이 우량 해 보일 수는 있지만 경기가 꺾이는 시점부터는 부도 확률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리스크를 면밀히 파악하고 B급 기업에 대한 투자는 선별적으로 진행하는 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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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