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아마존 노리지만 물류 전략에선 차이
2020년까지 수도권 물류센터 4개 추가 건립 가능할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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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온라인 통합 신설법인 출범을 공식화하면서 유통업계 이커머스 전쟁의 신호탄을 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한국판 아마존’을 내세우며 이커머스 강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온라인 리테일러 입지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한 아마존과 오프라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신세계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상당한 규모의 실탄을 장착한 신세계가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단숨에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최저가’로 점철된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자칫 밑빠진 독이 될 수 있다. 결국은 이커머스 시장 역시 시장점유율이 아닌, 수익성이 담보돼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신선식품이 신세계의 온라인 ‘킬러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세계그룹 신설법인인 쓱닷컴(SSG.COM)이 외부 자금 유치 및 출범을 확정할 수 있었던 것도 재무적투자자(FI)와 ‘신선식품 배송’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해당 FI들이 신세계의 신선식품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도 FI 자금으로 신선식품 배송과 관련된 물류센터 확충을 계획하는 등 신선식품 이커머스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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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식품 부문은 소매판매의 약 30%를 차지하는 큰 품목이지만 온라인 침투율은 10% 정도로 타 품목 평균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관련 스타트업 기업인 마켓컬리가 약진하고 있지만 유통 대기업이 들어가면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유리한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신선식품 시장에 아마존과 월마트가 진출하면서 스타트업 업체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신선식품 재료 묶음(meal kit) 배송 스타트업 기업인 미국 블루에이프런은 지난해 상장 전까지 성장세가 높았지만 올해 기업가치는 상장 당시(2조원)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일반 물품 등은 매장에서 실물을 보고 인터넷 최저가로 주문을 하고 식품은 신선도나 유통기한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점차 전 품목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는 추세”라며 “신세계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선식품 배송에 투자해 백화점 식품관 수준의 품질을 온라인 배송에 이식한다면 시장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커머스의 핵심인 물류센터 확보다. 무엇보다 신선식품을 다룰 수 있는 물류센터 확보가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물류센터를 건립하려면 부지 매입과 행정 절차 등 최소 1~2년은 걸리는데 신선식품 물류센터는 시스템도 일반 물류에 비해 까다롭다. 가령 일반 물류센터는 상온 보관이라 온도 조절 시스템이 복잡하지 않지만 신선식품은 육류, 채소, 과일 등을 적정 유지 온도로 저온 보관하는 데다 상품별 온도가 다르다. 따라서 시스템도 현재 계속 진화 중이고 시설비도 일반 물류에 비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경기 용인과 김포에 이마트몰 온라인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것만으로는 이커머스 확대를 준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들 물류센터 중 일부는 저온 시스템(신선식품 등 보관용)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주는 일반 물류센터다. 현재 평택 진위에 물류센터를 건립 중이고 남양주 지역도 온라인 물류센터 후보로 올려놨지만 2020년까지 수도권 지역에 신선식품 등을 다룰 4개의 온라인 물류센터를 더 짓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롯데와 CJ 등이 장기 임차 형식으로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 아마존도 장기 임차 형식으로 물류센터 계약을 맺고 내부 물류 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반면 신세계는 직접 부지를 매입하고 물류센터를 짓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 장기 임차로 비교적 빠르게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는 경쟁사들보다 이커머스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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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1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