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당분간 국내 투자지분 회수 안 할 것”
국내 여파 전망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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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터넷서비스 전문업체 텐센트가 게임사업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중국정부의 게임산업 규제 강화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시장의 ‘큰 손’이기도 하다. 텐센트의 전략 변화에 국내 게임업계와 금융시장도 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텐센트홀딩스의 지난 3분기 매출은 806억위안(13조원), 영업이익은 279억위안(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보다 각각 24%, 23% 증가한 수치다. 핵심 사업이었던 게임매출은 작년 대비 4% 감소했지만 결제 및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68.5%, 소셜광고에서 61.5% 성장해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텐센트의 전략이었다. 텐센트는 “광고, 디지털 콘텐츠, 지불 및 클라우드 서비스는 강력한 매출 성장을 유지했으며 현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소비자 인터넷에서 클라우드 등 산업 인터넷으로 확장할 전략이다”고 밝혔다.
게임 사업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게임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해 게임 외 개발계획 등 내년 투자 전략을 조정할 것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제임스 미첼 최고전략책임자는 “그렇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세계 게임업계에 풀린 42억달러(4조7000억원) 중 40%가 텐센트 자금이었다. 말 그대로 세계 게임시장의 ‘큰 손’이다. 지난 몇 년간 M&A 등 대규모 투자 자금이 게임사업에 치중됐다. 하지만 텐센트도 결국 정부 규제에 두 손을 들었고 자금은 이제 여러 산업으로 분산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업계와 투자시장은 텐센트의 전략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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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넷마블, 블루홀, 카카오게임즈, 네시삼심삽분 등의 대주주로 등극하는 등 국내 게임시장에 많은 자본을 투자했다. 일단 업계 관계자들은 텐센트가 국내 기업 지분을 당장 회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텐센트의 자산 규모는 6909억위안(112조5000억원)으로 국내 게임업계에 투자한 규모는 크지 않다.
텐센트가 국내 기업에 투자한 목적은 안정적으로 게임을 들여오기 위해서다. 텐센트가 국내 게임사의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것은 게임사업을 완전히 접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 미칠 여파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국내 게임사들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텐센트가 매물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인수를 해왔기 때문에 자본력이 떨어지는 국내 게임사들이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한 증권사 IT담당 연구원은 “게임업계가 성장동력을 잃은 상태라 업계 내 양극화도 심해지고 매물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현금이 많은 국내 대형 게임사들에 기회가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게임사들이 게임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없다면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전반적인 게임 시장의 침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 게임산업이 매년 30% 이상 성장하면서 글로벌 게임시장 성장률을 주도해 온 것이 사실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국내 게임사들에 남은 선택지는 북미와 일본 정도다. 국내 게임업계는 모바일MMORPG에 집중하지만 북미 소비자들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일례로 최근 공개된 디아블로 모바일 버전을 두고 북미 유저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클라우드 게이밍, e스포츠 사업 확대 등 해외 게임사들은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텐센트 등 큰 손들이 이미 게임시장을 한 번 훑고 지나가 국내 게임사들이 인수할 만한 매물도 많지 않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게임에 주력을 하지 않는다면 게임 업황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며 “국내 게임사는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인 상태”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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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1월 16일 13: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