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준 밸류는 2배 차이 예상…비용도 2~3배 차이
국내에선 바이오 대형주, 나스닥에선 ‘One of them’
‘삼성바이오 리스크’ 있지만 SK바이오팜과 상황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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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발(發) ‘규제리스크’가 불거진 가운데 나스닥과 코스닥 사이에서 SK바이오팜의 고민이 더 깊어진 분위기다. 코스닥 입성 대신 기존 계획대로 나스닥행(行)을 택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SK바이오팜은 내년 하반기에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이라 연내 가시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가 SK바이오팜 상장 유치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SK바이오팜도 국내 IPO를 함께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산업에 대한 규제가 부각되면서 밸류에이션을 포기하더라도 나스닥을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SK그룹과 SK바이오팜은 상장 관련 세부사항을 아직 수립 중인 단계다. 제안요청서(RFP) 발송이나 잠정적인 대표주관사 선정 등의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이 국내에 상장할 경우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가 우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미래에셋대우와도 IPO 관련한 사전 접촉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이 나스닥보다는 코스닥에 상장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더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코스닥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국내 증시가 약세지만 나스닥과 코스닥의 바이오업종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여전히 2배가량은 차이가 나서 비교기업 주가수익비율(PER)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경우 국내 시장에 상장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증시 내에서 인지도를 고려해도 국내 상장이 유리하긴 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의 거래가 정지된상황에서 기업가치가 조단위로 추정되는 SK바이오팜이 코스닥에 상장하면 단숨에 3위 안에 들 수 있어서다. 반면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여러 바이오사 중 하나(One of them)에 불과해 주목도 측면에서 떨어진다. 또 상장 기대효과(Benefit)를 고려해도 미국보다는 국내 시장이 낫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내년 전망치(Forward) 기준으로 코스닥에서 바이오업종의 PER이 20배 초반이라면 나스닥에서는 PER이 10배 초반 정도로 예상된다”며 “상장 비용(증권사 수수료 등)과 상장 유지 비용도 나스닥과 코스닥은 2~3배가량 차이가 나서, SK바이오팜 입장에서는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으면서도 비용은 더 적게 드는 국내 상장이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 사태’로 인해 SK바이오팜이 나스닥 쪽에 다시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투자자의 유입을 위해서는 코스닥보다 나스닥이 낫다는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징계는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이 스스로 내렸던 결정을 번복한 꼴이라, 한국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것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SK바이오팜이 미국 의약품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등 사업 특성을 고려해도 장기적으로는 나스닥에 상장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바이오팜이 SK그룹에서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서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는데 규제리스크를 짊어지고 굳이 한국 시장에 상장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국내 IPO 시장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생각보다 기업가치가 저평가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감안하면 나스닥 입성을 택하는 게 ‘속 편하다’는 설명이다. SK그룹 입장에서는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실패가 SK바이오팜 상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슈 때문에 SK바이오팜이 계획대로 나스닥 상장에 무게를 싣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슈는 엄밀히 바이오업 자체보다는 총수일가의 경영권 및 지배 관련 문제라 SK바이오팜이 국내 상장을 피할 이유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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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2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