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표 신사업 엇갈린 평가…이슈화 성공 vs 카피캣 한계
입력 2018.12.18 07:00|수정 2018.12.19 15:19
    '노브랜드' 기업 가치 제고 긍정적
    독자적 호텔 브랜드인 '레스케이프' 아쉬움
    '혁신'의 탈을 쓴 '카피캣'…사업 영속성 우려
    • 신세계그룹은 유통업 환경 변화 속에서 여러 이슈들을 만들고 있는데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신사업 다각화를 위한 정용진 부회장의 ‘추진력’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반면 혁신을 가장한 ‘카피캣(copycat)’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앞으로 신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베스트 ‘노브랜드몰’ vs 워스트 ‘레스케이프호텔’

      정 부회장은 올해 ‘오프라인 전문점’과 ‘독자적 호텔브랜드 런칭’ 등을 오프라인 돌파구로 제시했다. 부진한 매장은 철수하고 신규 점포 확장은 속도를 늦춘 대신 소비자가 몰리는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트레이더스와 일렉트로마트·노브랜드·삐에로쑈핑 같은 전문점을 확장했다. 최근 개점한 이마트 의왕점 역시 대형마트 대신 ‘세상에 없는 미래형 오프라인 할인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하며 다른 이마트와는 차별화된 점포를 선보였다.

      증권업계에서 꼽는 신세계의 베스트 오프라인 사업은 ‘노브랜드’다. 노브랜드 점포의 성격은 일반 슈퍼마켓보다는 크고 대형마트보다는 작은 규모인 기업형슈퍼마켓(SSM)이다. 지난 2015년 이마트 내에서 노브랜드 상품이 판매된 것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는 아예 노브랜드 전용 매장이 개설됐다.

      정 부회장의 야심작인 노브랜드는 출점 제한에 걸려있는 대형마트(이마트)와 편의점(이마트24)을 대신한다. 비슷한 포지션으로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있지만 노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향후 고객 유입 및 실적 견인이 기대되는 전문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노브랜드의 가치 제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신세계는 최근 조직 개편에서 노브랜드 사업부 신설을 단행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사업 중엔 고급화에 방향이 맞춰진 경우가 많은데 노브랜드는 이런 부분에서 포트폴리오 보완에 기여한다”며 “신세계가 경쟁사인 롯데보다 PB상품에서만큼은 확실한 우위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오프라인 경쟁에서 이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는 워스트 사업으로 꼽힌다. 중세 유럽풍 인테리어와 반려견 동반 투숙 등으로 업계 안팎에서 이슈몰이는 성공했지만 가격과 콘셉트 모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싸늘한 시장의 반응은 지난 3분기 실적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지난 7월 오픈한 레스케이프 때문에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 3분기에 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레스케이프에서만 52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면세사업을 떼어낸 뒤 독자 브랜드를 운영해 수익성 제고를 꾀했지만 오히려 적자 폭만 늘린 셈이다.

      앞서 정 부회장이 독자 브랜드 호텔을 5개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레스케이프가 초기 시장 안착에 실패하면서 현재 기대감이 줄어든 상황이다. 부티크 호텔치고 숙박비가 비싼데다 콘셉트 자체가 실험적이라 호불호가 나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호텔업계에서 호캉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편의 시설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레스케이프의 콘셉트는 이와 결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영장이 없는 점은 시장 안착 실패의 이유로도 꼽히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 직원의 불법 고용과 호텔 집기 불법 반입 혐의 등으로 호텔은 물론 신세계그룹의 이미지까지 실추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롯데시티호텔·L7·시그니엘, 호텔신라의 신라스테이를 벤치마킹해 신세계도 독자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라며 “신세계그룹이 결국 인사 교체 카드를 꺼냈지만 호텔롯데를 글로벌 체인으로 성장시킨 롯데그룹의 독자 브랜드 운영 노하우를 단숨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 ‘혁신’과 ‘카피캣’의 중간…유통 경쟁 격화 속 신세계 부담 가중

      신세계의 신사업은 대체로 벤치마킹에 의존하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혁신을 내세운 것치고는 해외 매장과 상품의 콘셉트를 거의 그대로 가져와 ‘카피캣’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정 부회장에 의존한 신세계의 신사업 다각화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브랜드와 삐에로쑈핑 외에도 스타필드, 파미에스테이션, 자주(JAJU) 등 정 부회장이 ‘혁신’이라며 내놓은 브랜드들은 해외에서 인기 높은 브랜드를 대부분 벤치마킹한 것이다. 노브랜드의 경우 현재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처음에는 캐나다 유통업체인 노네임과 콘셉트부터 브랜드명까지 유사해 표절 시비가 붙기도 했다.

      신세계의 오프라인 전문점들이 단순한 카피캣으로 남지 않기 위해선 더 많은 진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향후 수익성이 나지 않을 경우 추가 비용을 투입하면서까지 사업의 영속성을 유지할 여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또한 이슈몰이와 ‘실적’이 연결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내년 유통업계에 이커머스 등 굵직한 투자 경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벌여놓은 사업들의 적자가 지속되면 오히려 신세계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부재로 유통업계의 시선이 상대적으로 신세계에 쏠린 건 사실”이라며 “신세계가 유통 그룹사 중에선 온라인 사업을 선도하고는 있지만 내년 롯데도 이커머스 사업 강화를 예고하고 있어 신세계가 올해만큼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