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부터 불안한 투자 슬슬
1세대 창업자들 대신 2세대 매니저들 전면
회수 방안 애매 다수…일부는 풋옵션에 기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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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 ; AEP)가 언급될 때 자주 붙는 수식어들이 있다. "한국기업에 투자해 12년간 실패한 경우가 전무하다" 혹은 "전설적인 투자 성공 사례를 자랑한다"
화려한 레코드는 2005~2009년 투자건들이다.
하이마트. 3200억원(하이마트로 떠넘긴 인수금융 제외)으로 회사를 인수해 배당금 1200억을 받고 1조9500억원에 팔았다. 6배 장사.
더페이스샵. 800억원에 인수해 배당금을 포함, 3200억원을 벌었다. 4배 장사.
그리고 오비맥주. KKR과 함께 2조원 가량에 인수, 배당금 7000억원을 받고 6조원에 매각했다. 순이익이 4조원을 넘어 저 유명한 '론스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들은 매각 직후 자진해서 "한국에 세금 잘 내겠다"란 보도자료를 냈다.
만도공조ㆍ만도(1999년), 해태제과(2001년), 스카이라이프(2007년) 등도 수익이 쏠쏠했다. 펀드 내부수익률(IRR)도 높다. 1호펀드가 23%ㆍ2호 펀드 39%ㆍ3호 펀드 20%로 알려진다.
회사도 이를 인식하는 모습이다. 홈페이지에 "우리는 증명된 투자성공 사례를 갖고 있다"라고 ("We have proven track record of successful buyouts and control-oriented investments")라고 명기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면 투자업계에서 우려를 표명하는 건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약 없는 교보생명ㆍ비용 쓰고도 적자본 버거킹ㆍ폭탄 맞은 현대카드
일단 가장 시끄러운 2012년의 교보생명 투자. 비상장 생명보험사의 경영권 없는 지분 24%를 다른 기관들과 함께 사들였다. 당연히 엑시트 방법은 '상장'하거나, 1대 주주가 사주거나로 요약된다.
그러나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집착'을 간과했다. 상장(IPO)이 추진될 경우 벌어질 지분희석에 대한 신 회장의 강한 거부감도 마찬가지.
엑시트도 이제 '소송'에 기대야 한다. 한때 신한금융 등과 합병이 거론됐지만 개인 1대 주주의 탄생을 우려하는 감독당국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상장이 계속 연기되고 2015년 풋옵션 기회가 있었지만 회사와 우호적으로 풀려다 이후 3년을 더 보냈다.
이제 풋옵션을 행사했지만 경영권 사수가 목표인 신 회장과 장기간 소송전ㆍ여론전을 펼쳐야 한다.
소송이 길어지면 결국 그 사이 회사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투자 회수기간이 늘어지면 자연스레 펀드 IRR은 꺾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vs 사모펀드' 구도가 주목받으면서 어피너티를 기점으로 PEF에 대한 기업들의 부정적 평판이 야기될 수 있다.
둘째는 버거킹. 2016년초 VIG파트너스에서 인수한 후 2년만에 영업이익이 무려 10분의 1로 떨어졌다. 여기에 부채까지 떠안아 당기순손실을 냈다.
사모펀드 바이아웃 거래의 'J커브' 특성을 감안한다치더라도 수익 저하 수준이 너무 컸다.
매출액은 2500억원에서 3400억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매출이 느는 동시에 원재료 등의 매출원가도 400억원이나 증가했다. 또 1500억원 수준이던 판관비(SG&A)는 2100억원으로 600억원이나 늘었다. 직원급여가 160억원 더 들었고, 지급수수료는 77억원 증가했다. 광고선전비도 예전보다 40억원 이상 더 썼다. 이러니 이익이 남지 않는다.
VIG파트너스 당시 120억원하던 영업이익은 몇년뒤 14억원으로 떨어졌다.
버거킹을 인수하면서 어피너티가 진 은행빚 800억원은 다시 버거킹으로 떠넘겼다. (투자목적회사 컨비니언트푸드네트워크ㆍ버거킹 합병) 이에 버거킹은 한해에 24억원의 은행이자를 물어야했다. 결국 20억원도 못버는 회사에 수십억원 추가지출이 발생, 손실을 보는 회사가 됐다.
실적과 별개로 엑시트도 고민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데 지금의 한국 버거킹을 인수할 대기업을 찾을지도 미지수다.
설령 찾는다해도? 영업이익 14억원 회사에 2100억원 이상 가격을 내어줄지 미지수다. 100배가 넘는 상각전이익(EBITDA) 배수를 적용해야 한다.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현대카드'다.
어피너티는 2016년 약 7000여억원에 GE캐피탈로부터 현대카드 지분 24%를 인수했다. 어피너티가 가장 많은 지분(9.9%)를 사들였고 GICㆍ칼라일 등이 함께 참여했다.
이후 신용카드 업황이 추락했다. 각종 페이먼트 채널 확대와 환경변화가 원인.
여기에 메가톤급 악재인 문재인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압력을 맞이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영업이익이 2000억원대인데(2500억원 수준) 최근 정부의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으로 그만한 규모의 이익상쇄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파다하다"라고 전했다. 한신평ㆍ한기평 등은 현대카드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엑시트 방안은 더 골치다. 결국 IPO하거나 1대 주주가 되사주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양산업'으로 분류되어버린 신용카드사를 IPO하면서 엑시트가 가능한 공모가격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IPO가 아니라면 현대ㆍ기아차가 되사주길 기다려야 한다. 결국 교보생명과 같은 모양새다. 또 현대ㆍ기아차와 맺은 주주간계약의 '풋옵션' 조항 트리거 항목이 얼마나 강력할지도 미지수다. 투자업계에선 "설마 현대ㆍ기아차를 상대로 풋옵션을 강하게 행사할 수 있겠느냐"라는 지적도 있다.
최악의 경우 어피너티는 '풋옵션' 없이는 수익창출이 어려운 회사로 인식될 수 있다. 교보생명에 이어 최근 TBH글로벌(베이직하우스)에도 풋옵션이 행사됐다.
과거 글로벌 PEF 사이에선 국내 로컬 사모펀드를 얕잡아보는 시각이 있었다. "옵션투자부 계약 아니면 투자를 못 하느냐", "투자가 아니라 사실상 대출 아니냐"라는 시선들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글로벌 펀드도 별반 다를게 없다는 평가를 받을 상황이다.
◆박영택 회장 등 일선에서 빠진 후 예전 같지 않아…대세는 MBK파트너스?
원인이 무엇일까. 당장 언급되는 건 펀드 매니저의 세대교체다.
즉 어피너티의 '불패신화'를 일으킨 박영택 회장 등 이른바 1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2세대가 주력이 되면서 예전만한 레코드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다.
알려진대로 어피너티의 전설을 쓴 박영택 회장은 지난 2015년 무렵 부회장 타이틀을 떼고 창업자인 KY탕회장과 함께 공동 회장이 됐다. 한때 '은퇴설'도 돌았지만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었다. 2014년 오비맥주 매각이 끝나면서 어쨌든 일선 업무에서는 많이 물러나있다는 평가다.
역시 UBS캐피탈시절부터 원년 멤버인 이철주 대표도 이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은 오비맥주 등으로 엄청난 소득을 거두면서 세금 문제로 인해 1년의 절반도 국내에 머물지 못하는 것으로 업계에는 알려져 있다.
현행 소득세법(제3조ㆍ제199조)은 한국에서 머물지 않는 '비거주자'는 국내원천소득에만 세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한국과 각 나라가 맺은 조세조약에서는 1년 중 절반, 즉 183일 이상을 기준으로 그보다 오래 한국에 체류하면 거주자로 보고 한국에서 과세하지만, 그보다 짧게 한국에서 체류하면 현지에서만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쉽게 말해 1년의 절반인 183일보다 적은 날짜로 한국에 거주하면 '비거주자'로 분류, 한국에서 면세받을 부분이 늘어난다. 대신 거주지국에서 과세를 하게 되는데 실제 세율은 0%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홍콩에서는 자본소득세, 이자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이 없고 원천징수제도마저 없다. 또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보니 여기에서도 세금을 안낼 수 있다.
박 회장 등도 이런 이유에서 홍콩 거주기간이 길다.
이런 상황이니 한국 투자는 대부분 한국 파트너, 이른바 2세대 매니저들이 주로 맡고 있다. 일선에서 이상훈 대표(Sam Lee)를 중심으로, 이규철 대표(Chris Rhee), 민병철 대표(Charles MIn)등이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올 3월에 '파트너'로 승격되기도 했다. 그리고 교보생명ㆍ버거킹ㆍ현대카드 등은 전부 이들이 주도해 2012년~2016년 단행된 한국내 투자다. 투자업계에서는 어피너티의 각 투자 건을 두고 파트너별로 '누구의 거래'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일례로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로엔엔터테인먼트나 락앤락은 이규철 대표 작품으로 시장에는 알려져 있다.
사실 지금 어피너티의 시장 지위ㆍ자금력을 감안하면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특히 증권사(IB)ㆍ회계법인ㆍ로펌 등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이다. 어피너티ㆍ칼라일 정도의 '클라이언트'는 자문사들 입장에선 각종 영업추진 비용을 감내하고서라도 유치하고 또 관리해야 할 주요 고객으로 꼽힌다.
그만큼 우호적인 환경에서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지만 정작 트랙레코드는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단 펀드 매니저 세대 교체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박영택 회장 등이 일선에 나섰던 90년대말에서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은 투자시장 환경이 너무 달라졌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이마트나 더페이스샵처럼 개인 창업자가 일으켜 성공시킨 업체들에 줄을 대고 투자하려는 사모펀드들은 더 늘어났다.
또 예전에 비해 펀드규모가 4~5조원은 금방 넘어가다보니 불가피하게 '대박투자'만 기대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작년말 어피너티가 단번에 결성한 5호 펀드에는 60억 달러, 한화 6조원 이상이 몰렸다. 기한내 드라이파우더(Dry Powder)를 전부 쓰려면 옛 영화를 기대하며 멋진 바이아웃 투자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 최근 어피너티의 행보를 보는 투자업계 시각은 "예전만 못하다"로 요약된다. 일례로 국내 로컬 사모펀드들도 "엑시트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빠지는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회피용' 대기업 MRO사업 투자에도 어피너티는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과거 자주 어피너티와 비교됐던 MBK파트너스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높아진 분위기다.
일단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매각으로 고수익 확보ㆍ바이아웃 투자ㆍ국내 상위기업에 이관 등 사모펀드가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다 누렸다. 논란은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인수한 코웨이도 매각했다. 행여 재매각을 단행해야 하더라도 팔 곳을 찾기 어렵지 않다. 주가 수준만 봐도 성공한 투자건으로 꼽힌다. 또 일본에서 대박 투자건도 쏟아지는데 역시 바이아웃 투자들이다.
투자실패 사례로 딱지가 붙었던 씨앤앰(현 딜라이브)를 떨어냈다. 몇몇 실패로 평가받는 투자 건도 남아있지만 정공법으로 처리하다보니 '한국 대표 바이아웃 투자펀드'라는 정체성은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IB와 자문사들 사이에서 평판도 우호적이다. 수수료 지급이나 업무 추진 스타일에서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불과 수년전에는 두 회사를 비교할때 어피너티를 더 우위에 놓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 슬슬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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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2월 18일 16:2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