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IPO 안 하면 오히려 밸류에이션 깎이는 상황
이자형 대표이사 사장 승진…IPO 탄력 기대
호남석화 출신 신동빈 회장, 에쿼티 스토리 측면에서 유리
-
롯데그룹이 인적쇄신을 내세우며 정기 임원인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기업공개(IPO) 물망에 오른 계열사들의 임원인사는 변화보다 내부 승진 등 연속성에 초점을 맞춰 눈길을 끈다.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 IP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면’을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업계에선 IPO 대표주관사가 정해진 호텔롯데 외에도 롯데컬처웍스, 롯데첨단소재, 롯데렌탈, 코리아세븐 등이 IPO 대상으로 거론된 바 있다. 롯데컬처웍스와 코리아세븐 등이 최저임금 인상 이슈로 실적 상승 모멘텀이 약해지면서, 올해와 내년 상반기 실적이 괜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로 관심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실적과 업황 사이클을 고려했을 때 롯데첨단소재가 내년에 IPO를 하기에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자형 롯데첨단소재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한 것 역시 IPO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른 계열사는 올해 실적이 많이 꺾이면서 내년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롯데첨단소재는 올해 실적이 양호한 편이라 내년에 IPO를 안 하면 오히려 기업가치가 깎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업계에서도 내년도 업황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을 비롯한 대외적 불안 요인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의 호황이 길어야 2년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고, 특히 화학사는 경기 사이클상 수급이 내년부터 꺾여 사실상 막차”라며 “롯데첨단소재는 올해 실적을 반영해 내년에 상장하는 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이 출소한 후 첫 계열사 IPO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외부에 보여주기에도 다른 계열사보다는 케미칼 계열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이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취임하면서 한국 롯데 경영에 첫 발을 내디딘 점 역시 에쿼티 스토리를 구상하기에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지주회사 편입으로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확립되면서 롯데첨단소재가 상장하기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 상황이다.
그룹 차원에서 일찍부터 IPO를 검토 중인 롯데컬처웍스도 차원천 대표이사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계속 이끌게 됐다. 하지만 아직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기 전이라 롯데첨단소재 IPO가 우선 진행할 여지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이후 지금까지 롯데그룹이 완료한 IPO는 올해 7월에 상장한 롯데정보통신이 전부지만, 내년부터는 IPO를 1년에 1~2건은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에는 임원인사에 그룹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인사가 정리된 후인 내년 1~2월은 돼야 RFP 발송 등 상장과 관련된 얘기가 그룹 외부로 흘러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2월 2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