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진에어는 상당수 노선이 중복
경쟁 치열해지면서 이해상충 문제 가능성↑
-
성장 한계에 봉착한 저가항공사(LCC)들이 사업적 변화를 꾀하면서 모회사·계열사인 대형항공사들과 고객층이 점점 겹쳐가고 있다. 항공업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모회사와 자회사, 계열사 간 이해상충 문제가 갈수록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은 지난 13일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인천과 호남 지역을 거점으로 한 노선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부산이 영남권을 담당하고 에어서울이 인천발 국제노선에 집중하면서 시장이 겹치지 않게 조율해 온 방침을 뒤엎은 셈이다. 한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다양한 항공사가 있지만 이제는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에어부산은 지역 주주의 입김이 강해 아시아나항공과의 전략적 조율에 어려움이 있었다. 에어부산은 부산시를 비롯한 지역 기업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은 46%다. 에어부산 상장에 IPO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BNK투자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한 것도 지역주주 입김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상장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하지만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이미 타 거점 진출을 약속해 아시아나항공과의 노선 중복은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아시아나항공이 100% 지분을 들고 있는 에어서울은 점점 중복노선이 많아지고 있다. 2016년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적자노선을 넘겨받아 출범했다. 에어서울은 초창기 다카마쓰, 히로시마, 요나고 등 일본 지방 소도시 위주로 취항하다 보니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격적으로 도쿄, 홍콩, 다낭 등 인기노선으로 확대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중복되는 노선은 6개로 늘었다. 기내환경도 아시아나항공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어서울의 좌석간 거리는 81.3~83.3cm로 이코노미석 기준 대형항공사의 일반적인 좌석간 거리인 78.74~86.36cm와 비슷하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이미 상당수 노선이 겹쳐 있는 상황이다. 진에어가 취항하고 있는 27개 국제선 중 절반 이상인 14개, 국내선 4개 중 3개가 대한항공 노선과 동일하다. 향후 중장거리 노선을 개척하겠다는 사업 전략도 유사하다. 진에어는 국내 LCC 최초로 B777 기종을 들여오면서 중장거리 노선에 도전했다. 대한항공도 LCC와 경쟁을 피해 중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진에어가 복항을 결정한 호놀룰루 노선은 대한항공과 직접적으로 경쟁이 붙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항공사들은 설령 노선이 겹치더라고 해도 수요층이 분리됐다고 항변한다. 중복 노선이지만 티켓이 비싸더라도 편하게 가고 싶은 대형항공사 고객층과 불편을 감수하면서 LCC를 타고 저렴하게 가고 싶은 고객층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또 대형항공사가 LCC 자회사에 항공기를 임대해주거나 정비를 지원해주면서 경쟁력을 돕는 측면도 있다.
이에 대해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CEO는 “한국에 진정한 의미의 LCC가 없다”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LCC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운임도 높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대형항공사와 LCC 자회사 간 이해상충은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다. 이미 해외 대형항공사들은 LCC 자회사를 통합하거나 정리하는 추세다. 일례로 싱가포르항공은 자회사인 스쿳항공과 타이거항공을 이해상충 문제로 합병했다. 또 일본의 전일본공수(ANA)는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피치항공과 바닐라에어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에어아시아 역시 에어아시아X와 끊임없이 통합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그룹에 있으면 효율적으로 역할 배분도 하고 서로 도와줘야 하는데 오히려 제살을 깎아먹었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대형항공사의 LCC 자회사는 비용절감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면서도 “점점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로 실적을 잠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2월 21일 09:2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