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배당은 안 하면서 공격적 사업다각화 M&A에 불만
그린푸드·리바트 배당성향 10% 상회…"여전히 낮다" 지적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와 별개로 주주행동주의 여지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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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철회'로 끝났지만, 국민연금이 현대그린푸드 주주권 행사 여부 검토로 현대백화점그룹에 칼을 겨누자 증권업계에서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차입금 의존도가 낮고 이익잉여금은 많은데 과소배당을 유지한 게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배당은 하지 않으면서 ‘공격적인 M&A’를 내세운 것이 불만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그린푸드의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4~5%대에 머물러 있었다. 3개년 중 그나마 2017년 배당성향이 5.75%로 높은 편이었지만,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성향 평균(33.81%)에는 한참 모자랐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움직임에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8일 2018년~2020년 사업연도 배당성향을 종전 대비 2배 이상 높인 13%(연결기준)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비해 2배 가량 높아지는 수준이다. 이에 국민연금도 주주제안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락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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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 현대그린푸드가 현대백화점그룹 실질적 사업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감시 대상이 될 전망이다. 또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리바트 등의 지분도 국민연금이 각각 10% 이상씩 보유하고 있어, 이번 주주권 행사 여부와 별개로 현대백화점그룹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 현대백화점그룹 상장사는 전반적으로 사내유보금이 많은 반면 차입 의존도가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쟁사인 신세계그룹도 배당성향이 낮고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광주신세계를 제외하면 현대백화점그룹에 비해 비교적 안전지대(?)에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차입금 부담이 있다보니 잉여금 누적에 대한 명분이 생기는 것.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차입금 의존도가 30.5%인 반면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10%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차입금 의존도도 경쟁사에 비해 가장 낮은데 이익잉여금을 계속 쌓으면서 배당성향은 4~5%대를 유지해 ‘괘씸죄’가 적용된 분위기”라며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운명을 가른 것은 결국 차입금 의존도 차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 유통사들은 남양유업과 달리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거부하기 어렵다. 제조업에 비해 유통업은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정책 사업’으로 분류된다. 유통업계 내에서도 ‘국민연금=문재인 정부’ 의견이라는 인식이 깔리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은 타깃이 된 이상 배당성향을 올리는 게 불가피할 것이란 의미다.
이달 발표한 현대백화점그룹의 2018년 연결기준 배당성향 계산해보면 ▲현대그린푸드 11.6%(2017년 5.75%) ▲현대백화점 7.13%(5.97%) ▲현대리바트 14.99%(5.44%)로 상향 조정된다. 특히 국민연금이 직접적으로 지적한 바 있는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리바트의 배당성향을 10%대로 올라간다.
다만 10%대의 배당성향이 앞으로도 충분히 주주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인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그간 현대백화점그룹의 장기 투자자들의 불만을 고려했을 때에도 향후 배당성향 확대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과 패션, 리빙•인테리어 부문을 그룹의 3대 핵심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그 일환으로 현대그린푸드가 2011년과 2015년에 리바트와 에버다임을 인수했고, 2018년엔 현대홈쇼핑이 한화L&C를 인수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유통 빅3 중 가장 ‘정적인 기업’으로 꼽혔던 것을 고려하면 대규모 자금 사용처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유통과 밀접한 사업인 한섬이나 SK네트웍스 패션 부문 인수합병(M&A)과는 결이 다른 M&A에 대해 주주들을 충분히 설득하는 작업이 없었던 만큼, 주주들의 불만도 큰 상황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업다각화가 그룹에 긍정적일지는 몰라도 주주들은 ‘주주를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하고 투자한 주주 입장에선 사업 연관성이 낮은 에버다임과 한화L&C를 인수하면서 짠물 배당을 지속하는 행동이 불편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배당성향을 놓고 최근 시장에서는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올해 공시를 통해 나머지 계열사의 배당성향은 2018년 연결기준 모두 10%대가 된 반면, 현대백화점은 7.13%로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러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의 배당성향이 상향됐지만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 기준으로 절대 높은 게 아닌데 현대백화점의 배당성향은 ‘형식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준다”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유무와 별개로 현대백화점그룹이 향후에도 적극적 주주행동주의의 공격을 받을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 수준이 글로벌 평균은 물론이고 코스피 상장사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기업들이 많은 상황에서 ‘투자’가 낮은 배당성향의 면피가 될 순 없을 것”이라며 “주주 입장에서는 배당 등 주주이익 실현이 우선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주주들의 배당성향 상향 요구를 문제 삼긴 어렵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2월 15일 17:01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