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M&A로 국내외 ‘초격차’ 발판 마련
쉬완스도 사야하는데…연이은 조단위 M&A
자금부담에 따른 사업 안정화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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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이 미국 프리노바 인수 후보에 이름이 오른 가운데, 인수합병(M&A) 시너지와 자금 부담을 놓고 시장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프리노바 인수가 성사되면 식품 바이오 부문에서 초격차를 확대하는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반면, 식품첨가물 기업 특성상 단기간 시너지를 노리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여기에 쉬완스 인수가 한창인 상황에서 또 다른 조 단위 M&A가 야기할 재무부담 우려도 거론된다.
프리노바와 같은 미국 현지 대형 매물이 출회될 기회가 흔치 않다는 의견과 동시에, 이번 인수를 강행하면 현재 신용등급(AA/안정적)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는 기로에 놓인 셈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JP모건을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프리노바 인수를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CJ제일제당의 적극적인 M&A 행보를 두고 CJ그룹 내 ‘초격차’ 전략과 맞물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사업인 식품·바이오…미국 내 시너지 확대 기대
CJ그룹은 올해 M&A를 통한 글로벌 영토 확장과 함께 경제 불황에 대비하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 2020년까지 물류와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에 총 36조원을 투자해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가 유효한 상황이다. 결국 ‘덩치 키우기’를 감안하면 쉬완스뿐만 아니라 프리노바 딜(Deal)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축은 CJ제일제당이다. 회사 측은 ‘아직 제대로 된 검토가 아니다’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식품첨가물 최대 시장인 북미와 유럽 지역을 공략할 수 있다는 메리트를 고려하면 언제든 M&A 속도가 붙을지 모른다고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의 핵심 양대 사업은 식품과 바이오로, 바이오 사업 중 라이신과 트립토판, 핵산, 발린, SPC(Soy Protein Concentrate; 농축 콩단백) 부문에선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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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노바를 인수할 경우 CJ제일제당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첨가물인 비타민 등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 CJ제일제당이 2017년 브라질의 콩단백 소재 부문 세계 1위 업체인 셀렉타를 인수한 것과 같은 맥락이란 평가다. 동시에 양대 사업 축 중 하나인 식품 사업부와의 미국 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치 모호한 프리노바…재무부담 타격 불가피
반면 CJ제일제당이 쉬완스 인수로 재무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프리노바라는 기업이 무리하면서까지 인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월드베스트’란 그룹이 제시한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CJ제일제당의 숨 돌릴 틈 없는 자금 집행이 사업 안정화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J제일제당의 쉬완스 인수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최근 쉬완스 인수 지분 규모가 80%에서 70%로 축소되면서 재무부담을 일부 덜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쉬완스 인수를 위해 여유 있게 8000억여원이 더 필요하다. 또 올해 충북 진천 식품생산기지에 3000억여원, 베트남 통합생산기지에 1100억여원의 비용이 집행될 예정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2020년부터 큰 자금을 투입할 곳이 없긴 하지만, 자체적으로 조달이 필요한 자금만 현재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프리노바 인수에 속도를 낼 경우 재무적 피로도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의 36만여주에 해당하는 자기주식과 유형자산 및 투자부동산을 활용한 대체자금 등이 재무여력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대규모 외부 차입은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차입금은 7조2400억원을 상회하며 부채비율은 170%에 육박한다. CJ제일제당이 프리노바를 인수할 경우 각 신평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신용등급(AA/안정적) 하향 트리거 수준을 넘게 되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프리노바의 가치는 인수 지분율에 따라 시장에서 5000억~1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 M&A팀에서 프리노바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며 지주와도 공조 중인 상황이다.
프리노바의 매출과 영업이익 정도는 파악되지만 비상장사라 가치를 매기기 제한적이기도 하다. 프리노바 인수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조심스레 제기되는 분위기다. 또 식품첨가물 기업이라 단기간에 CJ제일제당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경쟁이 과열될 경우 매각자의 기대가격이 올라갈수록 재무부담은 더 커진다. CJ제일제당이 이번 M&A에서 이렇다 할 ‘긍정’을 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요인이 뒷받침되고 있다.
재무부담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주력 사업인 라이신 가격이 하락하는 등 본업이 긍정적이지 않은 점 역시 고민거리다. 투자가 집중된 가정간편식(HMR) 사업도 성장세가 기대를 충족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이 CJ제일제당의 재무부담을 이유로 신용등급 하향 압박에 나서고 있어 시장에서는 일단 인수 시너지보단 재무부담 리스크에 집중되는 분위기”라며 “인수 후 장기적으로는 좋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신용도에 대한 우려가 더 부각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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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