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종 도입하려던 아시아나 등 반사이익
보잉 보상도 관심…규모 따라 대응력 차이 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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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737-Max8이 잇따른 사고로 전세계에서 운항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B737-Max8 도입 검토 여부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일부 항공사들은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데 보잉으로부터 손실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B737-Max8을 갖고 있거나 도입 예정인 항공사는 총 4곳이다.
대한항공이 2015년 50대(확정구매 30대, 옵션구매 20대)를 도입하기로 계약했고, 올해 4월부터 순차적으로 들여올 예정이었다. 제주항공은 5조원을 들여 50대(확정 40대, 옵션 10대)를 사기로 했고, 내년에 리스 형태로 도입하는 것도 검토했다. LCC(저비용항공사) 중에서는 티웨이항공이 10대, 이미 2대를 갖고 있는 이스타항공이 4대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B737-Max8 운항 금지의 충격파는 항공사마다 달리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어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없다. 다만 LCC와 경쟁하는 중단거리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B737-Max8을 도입하려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대한항공은 부품 공급 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B787 후방동체 구조물, 날개 끝단 장치인 레이키드 윙팁을 보잉에 공급하고 있고, B737-MAX 시리즈의 날개 부분 핵심 부품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윙렛’ 부품도 만든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체 결함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겉으로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항공업이 워낙 안전에 예민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문제로 정상적인 공급품이라고 해도 잠재적 구매자들이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LCC들은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기체를 돌리고 있는데 당장 2대가 빠져나가면 매출에 치명적일 수 있다. B737-Max8 도입 계획도 엎어야 할 판국이다. 신규 취항하려고 한 부산~싱가포르 노선은 737-Max800만 운항 가능한데, 1년 내에 운항하지 못하면 운수권을 뺏길 수도 있다. 티웨이항공도 계획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신규 LCC 중에선 플라이강원이 유일하게 B737 시리즈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항공기 리스 중개업체로부터 소개를 받아 B737-Max8 도입도 검토한 바 있다. 초기비용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Max가 좋을 수 있다고 봤으나 사고가 발생했다. B737-Max8 대신 B737-800을 들여올 계획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엔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B737-Max8 도입 계획이 차질을 빚은 LCC와 달리 B737과 A321NEO를 들여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진에어도 마찬가지다. 다른 LCC가 헤매는 사이 앉아서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신규 노선 및 항공기 확대 제한 등 제재를 받아 손발이 꽁꽁 묶였던 차였다. 진에어는 기존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B777 기종도 4대 보유하고 있다.
B737-Max8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 지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시각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기체 자체 결함보다는 자동항법장치 소프트웨어 문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빠르면 4~5월이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소프트웨어 문제라도 여러 문제가 얽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할 것 같지는 않다는 반론도 있다.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밝혀지더라도 B737 파생형을 새로운 버전을 내놔야 할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보잉은 B737 Max-10까지 계획 중인데, 다음 버전 개발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보잉이 국내 항공사에 어떤 보상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부품교체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같은 명시적 비용 외에도 운항 금지 기간 동안 기회비용까지 보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보잉은 운항중단으로 입는 손실이 한달 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사들이 B737-Max8 주문 물량을 줄줄이 취소하면 보잉이 입는 피해는 6330억달러(718조4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 유럽의 저가항공사 노르웨지언이 B737-Max8 취항 중단으로 손해 본 매출과 추가 비용을 보잉에 청구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같은 대형항공사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에어버스를 찾으면 된다. 보잉과 에어버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구매력을 앞세워 더 좋은 조건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LCC 등 대부분 항공사들엔 보잉이 ‘슈퍼갑’이다. B737-Max8의 문제로 계약을 파기하고 에어버스로 갈아타면 소송 부담을 져야 한다. 다시는 보잉 항공기를 사지 못할 수도 있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잉에 소송을 걸어서 기회비용까지 달라고 할 수 있는 회사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보잉코리아는 “아직까지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을 논하기에는 이른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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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19일 10:5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