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확대에 신용도 리스크 시장에서 부각
추가 M&A 위해서는 FI도 필요…조건 양보하면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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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에게 2020년은 여러모로 의미가 큰 해가 될 전망이다. '그레이트 CJ'(매출 100조원 달성) 원년이자 '월드베스트 CJ'(3개 이상 사업 분야에서 세계 1등)로 도약하기 위한 터닝포인트가 되는 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절박함을 갖고 글로벌 영토확장에 나서라"는 주문에 맞춰 그룹 '맏형'이자 자금창출력이 좋은 CJ제일제당이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인수·합병(M&A)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쉬완스 딜이 클로징(인수대금 납입)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미국 프리노바 인수 검토가 거론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올해는 쉬완스 인수뿐만 아니라 국내외 생산기지 자금 집행, HMR 투자 등 '돈 들어갈 곳'이 많지만 2020년부턴 큰 돈 들 일이 없는 점도 거론된다. 이에 그간 CJ(주)가 중심이 돼서 진행하던 M&A도 올해부턴 CJ제일제당 자체 M&A팀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IB들 사이에서는 올해 CJ그룹 자금조달 이슈가 많을 예정이어서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다만 조달 과정에서 재무부담 우려와 평판 관리가 극복과제로 거론된다.
일단 부각된 고민거리는 '신용등급 하락' 압박이다. 해외사업 확장에서 영업창출현금을 웃도는 투자가 이어지다보니 현재 'AA(안정적)' 수준인 등급 하향 트리거 수준이 위협받게 됐다. 신용평가사들은 쉬완스 인수가 끝나고 연결재무에 반영되면 차입금이 더 늘어나고 재무지표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내(충북 진천) 및 해외 생산기지구축에 수천억원이 집행된다. 상각전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이 5배를 넘어가면 슬슬 등급하락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프리노바를 비롯한 추가 조단위 M&A가 비롯되면 현금창출력이 높은 CJ제일제당이지만 재무부담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가속화될 수 있다.
해결책은 '차입'으로 잡히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혹은 자산ㆍ비핵심사업부 등 매각을 통한 차입금 감소 등이다.
전자의 경우 지난해 쉬완스 인수 추진 중 FI 사이에서 야기됐던 혼선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투자 조건에 대한 합의 부족에 따른 '해프닝'으로 끝날 예정이었지만, 회사가 다시 FI를 물색하면서 얘기가 재점화됐다. 어쨌든 자금계획 수립 과정에서 한때 접었던 계획을 다시 꺼내드는 행보를 그대로 시장에 보여주게 됐다.
향후 투자 유치 조건을 얼마나 유리하게 따내느냐 문제도 남아있다.
사실 최근 유동성 과다 상황에서 CJ 정도의 대기업이 사모펀드(PEF)를 초청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작년 사태를 계기로 국내 PEF에 돈을 대는 출자자(LP)의 시선이 곱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CJ에 투자한 FI들이 큰 재미를 보지 못했거나 회수 조건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점도 배제하기 어렵다.
출자자가 '신뢰할만한 파트너인가'를 따지는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회사 측이 투자 조건을 양보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FI를 유치하는 실효성이 적다는 점이다. 과다한 투자금 회수 보장 조항이 포함될 경우가 문제인데, 신평사들은 표면상 '빚'이 아닐 뿐, 결국은 '빚'과 차이가 없는 투자 유치는 신용도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 등 매각의 경우, 아직 기조가 확고히 잡히거나 시장에 뚜렷한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로선 "여러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정도만 시장에 알려졌다. 한때 사료 사업부 매각이 언급됐지만 CJ제일제당은 "생물자원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및 논의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법인이 쪼개져 있는데 그중 하나를 파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좀 더 시간과 실행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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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