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 불가, 모기업 지원 여력 없어 영구채 조건 나빠도 발행
금리 높아지고 만기 짧아지면서 재무구조 개선 멀었다는 평가
'한정' 감사의견으로 2회차 수요예측 사실상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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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영구채 발행에 비상이 걸렸다. 이 달 중 두 차례 발행 계획을 밝혔고 1차 발행은 투자자 모집에 성공했지만 2차 수요예측은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사실상 중단했다. 높은 금리와 스텝업 조항으로 사실상 BB급 조건의 단기채라는 평가를 감수해야 하는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부채비율 1000% 이하를 반드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아시아나항공은 사옥매각 등 노력으로 1조2000억원가량 차입금을 줄이며 고비를 넘겼지만 재무구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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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은 2017년 10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모채 발행이 멈췄다. 사모채 발행도 쉽지 않다. 지난해에는 영구채 발행에도 실패했다.
그랬던 아시아나항공이 3월 들어 15일, 29일 두 차례에 걸쳐 1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할 계획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동안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발행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영구채는 옵션 행사를 전제로 하더라도 일단은 장기물이다. 투자자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어 영구채 발행이 쉽지 않았다. 회사도 영구채 소화에 대해 고민이 많았단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프투자증권이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매입해주는 대신 금호고속 전환사채(CB)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이번 영구채는 금리가 8.5%에 달한다. 사실상 투기등급인 BB급의 조건이다. 스텝업 조항을 고려하면 금리가 10%를 훌쩍 넘기 때문에 만기 2년의 단기채로 볼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회계기준과 다르게 세부조항을 따져서 영구채를 부분적으로만 자본으로 인정하고 대부분은 부채로 판단하고 있다”며 “높은 금리와 만기옵션으로 영구채라는 이름이 퇴색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꼼수”라고 평한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영구채를 발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IFRS16이 도입되면 운용리스가 부채로 인식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950% 가까이 오르게 된다. 환율이 급변해서 환차손이 발생하면 더 올라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1000%를 넘기면 일부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의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한다. 시장에선 그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지속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막아야 하는데 트리거가 발동되면 더 이상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일단 1차 수요예측을 통해 85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에는 성공했다. 문제는 이달 말에 있을 두번째 수요예측이었다. 21일 아시아나항공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한정’ 감사의견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나머지 650억원어치 영구채가 변경 사항 없이 수요예측 중이라고 전했지만 사실상 발행 작업은 중단됐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회계이슈가 발생하면 자금 조달은 통상 ‘올스톱’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BBB-)을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 하락과 차입금 상환, 둘 다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모기업의 여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 증자도 여의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조건이 아무리 나빠도 영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지만 이마저도 회계이슈가 발생하면서 불투명해졌다.
영구채를 발행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재무적 부담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2015년~2016년에 공모 회사채 발행시 금리는 4~5%대, 만기는 2~3년 정도였지만 지금은 이자는 배로 높아졌고 만기는 절반 이상으로 짧아지는 추세다.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성 차입금 잔액은 올해도 1조원에 달한다.
여전히 부채가 과중한데도 신규 항공기 도입 등으로 재무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이라도 받쳐줘야 하지만 중단거리에서는 LCC(저비용항공사)에 치이고 장거리에서는 대한항공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실적도 기존 발표치보다 10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작년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비상상황이 완전히 해제된 것은 아니고 구조적으로도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라며 “당장 닥친 큰 불은 잡았지만 계속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라 어떻게 끄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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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22일 10:4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