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순발행 최고치
NH證, 회사채 주관에서 KB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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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본시장(DCM)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채권 발행 여건이 개선되자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줄을 이었다. NH투자증권은 DCM 주관 1위 KB증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1분기 D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증권사가 주관을 맡은 무보증 공모회사채(일괄신고 제외)는 17조원을 기록했다. 특히 차환발행을 제외한 순발행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발행 여건 개선 속에 시설투자, 인수자금 마련 등 자금 소요가 늘어난 AA급 이상의 우량 기업들이 채권 발행에 적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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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조원 규모의 무보증공모사채를 발행한 LG화학은 올해도 재차 1조원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경쟁률은 5.28대 1을 기록,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최대치였다.
그밖에 CJ제일제당과 현대제철은 각각 7000억원을, SK인천석유화학은 6000억원을 채권 시장에서 조달했다. KT, 한국해양진흥공사, GS칼텍스, LG유플러스, 미래에셋대우, LG전자, SK에너지는 각각 5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1분기에만 5000억원 이상 발행 기업이 11곳에 달한다.
기업집단별로 보면 SK그룹이 2조77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했고, LG그룹도 그에 못지 않은 2조39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조300억원, 롯데그룹은 9500억원, CJ그룹은 8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수요예측을 통해 기관을 중심으로 한 우량기업의 장기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충분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초 자금조달 소요가 크게 늘어난 우량기업들은 조달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자 대대적인 설비투자, 대규모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자금 상당부분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우량기업들의 발행이 이어지자 증권사들의 회사채 주관 경쟁도 다시 불 붙었다. KB증권이 몇 년간 회사채 주관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지만 NH투자증권도 올해만큼은 뒤질세라 경쟁에 불을 지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회사채 시장 최고 큰 손인 SK그룹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에 나란히 일감을 맡겼다. 중형 증권사 중에선 SK증권만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과거 범LG 계열 증권사들에 기회가 많이 주어졌던 LG그룹은 말 그대로 IB들의 각축전을 벌이는 곳으로 바뀌었다. 현재까진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대우가 주도권 경쟁 중이며 NH투자증권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 한화그룹 딜(Deal)에는 삼성증권을 제외한 초대형 IB 4곳이 모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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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표주관을 맡는 사례도 없지 않다.
KB증권은 SK인천석유화학(6000억원), 한국해양진흥공사(5000억원), SK텔레콤(4000억원), 현대오일뱅크(2000억원), 대상(1900억원), 한솔제지(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 단독대표주관을 맡았다.
NH투자증권은 SK에너지(5000억원), SK브로드밴드(2100억원) , LS전선(2000억원), 대림코퍼레이션(1000억원)을 담당했다. 롯데로지스틱스(1000억원)은 신한금융투자가, 태영건설(1000억원)은 한국투자증권이, 한국콜마(1000억원)는 미래에셋대우가 전담했다. 딜을 단독 주관한 IB 입장에선 이를 기반으로 단골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량 기업 회사채 발행 활황이 이어지면서 비우량 기업들도 속속 채권 발행에 나섰다. 태영건설(A-), 한화건설(BBB+), 한신공영(BBB), 두산인프라코어(BBB) 등이 리테일 수요에 힘입어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지속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당장 비우량기업들의 크레디트 이슈가 발생할 여지가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의견 ‘한정’ 판정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BBB- 신용등급에 ‘하향검토’가 붙어 투기등급 하향 가능성이 남아있다. 두산그룹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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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2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