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한계가 원인…대기업도 예외 없을 것 평가
무디스의 이마트 신용등급 하향검토도 영향
한신평·나신평 등 유통업 추가 모니터링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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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유통 대기업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영업이익 하락추세가 이어지면서 '대기업=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공식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해외 신평사들이 유통업을 '불안정한 산업'으로 선언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근본 원인은 역시 '마진 한계'다. 국내보다 유통산업이 앞선 미국에서도 '온라인화'를 통해 유통 대기업들이 외형 성장을 이뤄냈으나 역시 이들 또한 영업수익성의 지속적인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마찬가지. 연평균 성장률은 1% 내외에 불과해 사실상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탈바꿈한 소비 트랜드로 인해 '생존'을 위해서라도 온라인 채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한데다 온라인 채널 특성상 고마진이 남기 어렵다는 한계를 감안할 때 온라인 확대를 통해 얻어내는 전망이 밝지는 않다. 오히려 온라인 채널에서 기존 오프라인 사업 수익성 악화를 충분히 보완하기보다는 자칫 깎아먹을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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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들은 온라인 채널 경쟁이 유통사들의 투자 확대와 자금조달에 불을 지피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떨어지는데 회사채와 영구채 발행에 따른 부채 부담은 증가하면서 신평사들이 ‘이제는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의견에 도달하게 만들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영업현금창출력 약화로 재무 커버리지 지표가 저하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평가를 유치하기 위해 신평사끼리 나름의 경쟁이 존재하던 상황에서는 과거에는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유통 공룡들과 등을 돌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하지만 국내 신평사들이 지난해부터 유통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대기업 특혜'가 끝났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올 들어 이마트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면서 국내 신평사들 사이에서도 더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분위기다. 국내 신평사들은 무디스처럼 당장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락검토를 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모니터링 확대 등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무디스의 자회사인 한국신용평가는 '평가 독립성' 부분에서 무디스의 이마트 신용등급 하락검토와 선을 그었지만, 금융감독원의 "방향성을 같게 하라"는 주문을 고려하면 향후 이마트를 포함한 유통 대기업에 대한 평가가 더욱 보수적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국내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기업이 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외국계 신평사들이 좀 더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라며 "글로벌 신평사의 의견을 국내 신평사들이 무조건적으로 따라가지는 않겠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유통 대기업의 재무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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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3월 2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