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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을 갈구한다. 만족스럽지 않다면 언제든 대체재를 찾는다.
석유는 무한하지 않다. 아끼거나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서 항공산업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 때가 되면 ‘신상’ 비행기를 사들여야 한다. 비행에서 안전이 최우선인만큼 항공사엔 자금 조달 전략이 중요하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됐다. 국내 항공사들은 자금 조달에 있어서만큼 부채성 자금조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기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자금을 조달할 때 부채를 선호한다. 자본으로 조달하는 것보다 부채 원리금 상환이 직간접적으로 저렴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채 조달은 레버리지 효과를 앞세워 자본운용의 효율성도 높여준다.
자본 조달은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다. 자본 투자자들은 요구하는 것이 많다. 채권은 원금 보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주식은 그렇지 않다. 불확실성이 크니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오너 입장에선 지분 희석으로 인한 경영권 약화가 고민이다. 특히 두 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에 집착은 ‘정평’이 나 있다.
채권 투자자나 오너 일가나 모두 ‘대마불사(大馬不死)’ 기대감이 상당하다. 국적 항공사인데 설마 망하게 두겠냐는 기대감이다. 두 항공사가 모두 BBB급의 신용등급임에도 채권 시장에서 콧대는 여전히 높고, 투자자들은 위험하다고 하지만 고금리 유혹에 채권을 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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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부채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글로벌 항공사들의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을 살펴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여준다. 한 때 파산했다가 기업 회생에 성공한 일본항공(JAL)과 비교해도 극명하다.
현금흐름이 급격하게 악화하면, 또는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채권자들은 기업의 원리금 상환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 이러면 조기 상환을 요구하거나 추가 차입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국적 항공사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드러났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경영권을 둔 오너 일가와 투자자 사이의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팔고, 그룹 이름에서도 ‘아시아나’를 떼내야 할 지도 모른다. 서울항공 설립 30년만에 지방 군소기업으로 전락할 처지다.
두 회사의 부채 조달이 온전히 항공기 구입 같은 회사만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국내 국적 항공사들의 높은 부채비율은 그룹 외형 확장이나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한 희생양의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위기의 순간 우군보단 적이 많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항공산업은 매크로 변수에 의한 변동성이 큰 산업이다. 위기와 기회가 끊임없이 공존한다. 오너 일가와 경영진들은 한번쯤은 생각을 해봤어야 했다. 어떻게 하면 우군을 확보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생각보다 아주 쉬웠을지도 모른다. 자금을 조달할 때 자본과 부채의 비중을 적절한 수준으로 가져가고 주가를 신경 썼어야 했다. 꾸준한 이익 성장과 체질 개선으로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했어야 했다. ‘우리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했어야 했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팀',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의 일원이다. 글로벌 항공사들과 협력하고 또 경쟁하는 사이다. 하지만 그들과 비교해 재무 전략은 후진적이었고, 주주를 생각하는 마음은 '글로벌'과 거리가 멀다. 국적 항공사의 파국(破局)은 예고돼 있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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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12일 14:37 게재]
입력 2019.04.17 07:00|수정 2019.04.19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