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염두에 둔 결정 아니라는 CJ…시장에선 '의심'
매각 전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수익성 개선 나타나지 않으면 매각 가능성 커져
자회사로 독립한다고 해서 '뽀족한 수' 없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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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이 생물자원(사료)사업 부문의 매각설 이후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주력사업인 식품과 바이오에 역량과 자원을 보다 집중하기 위해 국내 사료사업을 떼어냈다. 시장에서는 그간 사료사업의 분할 매각이 언급됐기에, 독립 출범하는 CJ생물자원에 투자업계의 관심이 다시 모아지고 있다. 이른바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사료사업부 매각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지난달 8일과 이달 8일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CJ제일제당의 입장 공시에 사료사업 매각설이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일주일 뒤인 지난 15일 회사 분할결정을 공시하면서 다시 불을 지핀 상황이다.
회사측은 여전히 국내 사료사업 부문의 물적분할에 대해 '매각을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생물자원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이며 당장 매각을 고려한 결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매각 회사들은 그룹 오너가 직접 투자를 해서 일궈낸 사업이라기 보단 외부에서 인수한 경우"라며 "국내 사료사업부는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님이 일궈낸 사업인 데다, 당장 매각을 고려 중이라면 바로 매각을 진행하지 직원들의 동요를 감수하면서까지 물적분할을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수익성 개선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하더라도,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변화로 보기엔 국내 사료사업 비중이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2018년 기준 생물자원 부문 내 지역별 매출비중은 각각 국내 27%, 해외 73%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익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2013~2018년 국내에서의 생물자원 부문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2%에 그친다. 이처럼 국내에서 사료사업이 성장할 여지가 낮은 상황이라, 자회사로 독립한다고 해서 '뽀족한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다른 주력사업에 비해 사료사업의 수익성이 좋지 않았던 데다 CJ제일제당 역시 자금이 계속 필요할 전망이라, 사료사업의 물적분할 결정이 매각 수순 또는 매각 전 마지막 '기회'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와 회사 측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장기적으로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한 자금조달과 추가 인수·합병(M&A)을 계획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이미 쉬완스컴퍼니 인수에 자체적으로 동원하는 자금만 1조원가량인 데다 그룹 성장을 위한 추가 M&A 역시 부득이해, 비핵심자산 및 일부 사업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또 CJ그룹이 CJ헬스케어와 CJ헬로를 매각하며 비주력 사업 철수에 이미 나선 점도 CJ생물자원의 매각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사료사업을 떼어낸다는 것은 핵심사업(식품·바이오)만 선택적으로 집중하겠다는 그룹의 전략과 방향성이 같다"라며 "독립법인이 출범한 이후 실적이 개선되면 다행이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오히려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CJ생물자원을 매각하는 명분이 생기는 셈"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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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17일 16:3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