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잇따라 사업부문 분할 후 자회사 설립
"계열사간 유동성 돌려막고 추후 상장 통해 자본 확충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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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자금 융통을 위한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계열사는 그나마 여유가 있는 계열사에 자산을 매각했다. 지주사는 사업부문을 잇따라 분할해 자회사화하고 상장을 예고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유동성 리스크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두산·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코리아는 공동매수인으로 두산중공업·두산건설이 보유했던 디비씨 주식을 나눠서 매입했다고 각각 공시했다. 이들이 취득한 주식은 지분 95.9%로 금액으로는 575억8800만원이다. ㈜두산이 291억원을 냈고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코리아가 각각 147억원, 137억원을 부담했다. 디비씨는 두산분당센터 건설을 위해 설립한 계열사다. 이번에 매입한 주식은 전액 담보 설정돼 있다. 디비씨가 차입을 위해 설정한 담보다.
회사 측에서는 디비씨가 사옥이다 보니 외부에 매각할 수 없어 다른 계열사가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상은 그나마 사업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열사들이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의 부담을 짊어진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총 차입금이 각각 4조4000억원, 8550억원에 달해 이번 디비씨 매각이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룹 차원으로 부담을 덜어주려는 제스쳐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2월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은 각각 4200억원, 6084억원 증자를 결의한 바 있다. 두산건설이 지난해 당기순손실 5518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관련 업계에선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 경기는 꺾이고 있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의 사업성도 악화됐다. 그 동안 그룹에서 ‘곳간’ 역할을 해줬던 두산중공업마저 여력이 없자 재무 리스크는 그룹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이 스스로 외부 차입이 쉽지 않고, 결국 계열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결국 이들의 부담이 그룹 전체로 조금씩 더 전이되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코리아는 당장 사업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해도 지주사인 ㈜두산은 얘기가 다르다. 계열사 지원이 이어진다면 돈이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더 많아질 수 있다. ㈜두산이 최근 사업부문을 잇따라 분할, 자회사화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두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연료전지, 소재사업 등 2개 사업부문을 분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할을 통해 신설되는 두 회사는 두산퓨얼셀(가칭)과 두산솔루스(가칭)로, 독자 경영체제를 갖추게 되며 주식시장에 각각 상장될 예정이다. 16일엔 물류 자동화 솔루션 사업 진출을 위해 신규 계열사,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도 설립했다. 설립 회사에 대한 ㈜두산의 지분율은 100%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단계로 아직 상장계획은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성장성 높은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게 된다면 ㈜두산의 자금융통에도 한결 여유가 생길 수 있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계열사 리스크로 인해 저평가된 성장사업이 재평가되면서 두산그룹 합산 시총이 최대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선 두산그룹에 대한 공식 코멘트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틀림없는데 자칫 시장의 불안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여유가 있는 계열사들의 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차후엔 성장성 있는 기업의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충하려는 전략인 것 같다”며 “하지만 일련의 움직임이 그만큼 두산그룹에 여유가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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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18일 14:1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