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리스크로 증권사들도 신중...㈜두산 담보가치 하락 우려
지분 희석 문제로 참여는 확실시, 문제는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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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소형증권사 한 곳에 ㈜두산 관계자가 방문했다.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방문했다는 설명이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까지 찾아온 것을 보면 이미 대형 증권사로부터 거절 당했을 것”이라며 “몇 년 전과 비교해보면 ㈜두산의 태도가 한층 간절해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두산은 주식담보대출 조건으로 만기 1년, 담보로는 ㈜두산의 자사주를 제시했다고 전해진다. ㈜두산의 자사주 지분율은 18.13%다. 현재 시가총액이 2조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360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선 사실상 '무보증 사채'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두산건설, 두산중공업 등 계열사 리스크로 인해 ㈜두산 주가가 계속 떨어질 전망이라서 담보가치를 높게 쳐주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건설의 지원 세력이었던 두산중공업은 10년째 주가가 하향세를 그리고 있고, 그 리스크는 그룹 전반으로 다시 확산되는 모양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은 오는 5월에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34.4%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희석을 하지 않으려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으로 ㈜두산의 현금성 자산은 1157억원이다.
증권사 방문과 관련해 회사 측에서는 “㈜두산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것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고 아직 검토 중이다”라며 “주식담보대출은 추진하고 있지 않고 실무적인 태핑 수준이었는데 이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열린 주주총회에서 두산중공업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거칠게 항의를 하자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는 유상증자에 ㈜두산이 분명히 참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사들도 ㈜두산이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서 주력자회사인 두산중공업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가 예상된다고 ㈜두산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린 바 있다.
두산그룹을 평가하는 금융투자업계 애널리스트는 “㈜두산이 몇 천억원 정도의 자금은 어떻게든 구할 수는 있겠지만 재무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퍼지고 있는데 폭탄을 계속 돌릴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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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2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