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양호 회장 별세 등 달라진 정세에 대한 우려
대한항공 신용 개선…KCGI·한진가(家) 모두에 주요 과제
신용도 상향 및 이자비용 감소 선순환…우군 확보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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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행동주의 펀드 1호 KCGI, 이른바 강성부 펀드는 지난해 자본시장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올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상법상 주주 제안 자격을 인정받지 못해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하면서 맥없이 끝나버렸다. 시장의 관심도 줄어드는 듯했으나 KCGI는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로 쏠리고 있다. KCGI가 한진 오너일가와의 표 대결에 밀리지 않을 만한 추가 지분 매집으로 1대주주에 올라설지, 인수·합병(M&A)이 목적이 아닌 이상 2대주주로서 행동주의 펀드의 좋은 선례를 남길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공통적인 시각은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더 사들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경영권 대결을 준비했지만 막상 올해 주총에선 제대로 겨뤄보지도 못한 채 싱겁게 끝났다. 이에 내년 주총까지 많게는 네 차례에 걸쳐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KCGI는 현재 한진칼 지분을 14.98% 보유하면서 단일 최대주주인 조 회장(17.84%)과의 지분율 격차를 2.86%로 좁혔다. KCGI가 20% 가까이 보유 지분을 확보하면 주총 일반결의 사안(출석주주 과반 찬성 시 통과)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KCGI 입장에선 우군 확보가 절실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한진칼 1대주주로 올라서기 보단 2대주주로서 대한항공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앞장 서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KCGI의 요구안이 당위성을 인정받고 우군을 확보하려면 좀 더 현실적이며 설득력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관측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CGI가 요구한 기업가치 제고방안의 핵심은 한진그룹이 가지고 있는 불필요한 자산을 연내에 매각하라는 것인데, 가령 매각 기한이 정해지면 비싼 값을 받기 어려워 결국 주주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며 “한 번에 성과를 볼 수 있는 방안들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보여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가치를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한진칼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게 우선 과제라는 시각이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에서 비합리적인 자본 배분 문제가 발생해왔다. 대한항공은 2014년 이후 한진해운에 7000억원 이상 지원을 하거나, 호텔·레저 사업을 영위하는 종속회사에 8000억원가량 지속적으로 출자했다. 대한항공은 약 2조6000억원의 우발채무를 부담했고 결국 ‘A’이던 신용등급이 ‘BBB+’까지 떨어졌다.
항공산업의 수익성은 의지만으로 단숨에 끌어올리긴 어렵다. 국제유가와 환율 등이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분기별 실적에 휘둘리기보단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수익성 제고를 따져봐야 한다. 다만 그러기엔 KCGI 같은 펀드 입장에선 시간이 부족하다.
대한항공의 연간 현금창출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난해 매출 대비 EBITDA 비율은 18.58%로, 영업현금흐름은 괜찮은 편이다. KCGI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 개선을 집중적으로 요구해 신용등급 상향, 그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면 수익성 측면뿐만 아니라 주주로서 당위성 확보에도 긍정적이라는 관측이다.
강성부 KCGI 대표가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라는 점도 대한항공 신용도 개선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란 평가다. 실제 KCGI의 요구안에도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5년 내에 AA급으로 개선시킬 것을 담고 있다. KCGI가 1대주주로 올라 직접 지휘를 하든, 조원태 사장을 압박하든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올리는 게 핵심 과제라는 평가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개선은 조 사장 입장에서도 오너 경영인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관문이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개선 성과가 누구의 ‘공(功)’으로 돌아가느냐에 따라 시장의 평가가 엇갈릴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민석 KCGI 부대표가 최근 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조양호 회장 별세로 주주들 사이에선 ‘공공의 적’이 사라진 느낌이 적지 않다”며 “항공업 주주들은 배당을 늘리는 것보단 투자를 통한 ‘성장성’에 배팅하는 성향이 있어, 비용절감 측면 외에 성장 성과도 이어질 수 있는 요구안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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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26일 09: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