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등 일부 특화된 부분 있으나 새로운 환경 적응 부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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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사업 철수 결정으로 한화는 그룹내 유통사업에 대한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새로운 테스트 베드였던 면세부문은 실패를 자인했고 이제 백화점과 시너지도 기대하기 어려워진 반면, 유통환경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순수하게 '백화점'만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기조가 유지될지, 또 가시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꼽힌다.
한화의 면세점 사업 실패는 '예견된 결과'라는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여의도 63빌딩이라는 위치부터 관광객들은 물론, 따이공 (중국 보따리상) 동선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직매입을 통해 재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면세점 영위의 경험이 부족했다는 점 등이 꼽힌다.
다만 한화는 실패의 원인을 '전략 부재'로 해석하는 시각은 거부한다. 어디까지나 '외부환경 탓'이 컸고 이를 예측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철수와 관련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 입찰 당시에는 추가로 면세점 4개가 허용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기 어려웠으며 또한 중국 사드 제재(16년 3월)가 터지면서 2016년 사업 첫해에 관광객이 끊길 것이라는 외부 환경요인도 예측하기 불가능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여의도 63빌딩 입지를 선택한 데 대해서도 “특허 입찰 당시 관세청에서는 관광버스 주차 문제 해결과 지역 균형발전에 가점을 주는 추세였다”며 “계열사(한화갤러리아 자체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면세점 사업 진출을 결정한 것은 회사지만 정부가 이렇게 할 줄도 몰랐고, 대외환경 변화도 감안하지 못했으니 '불가피했다'라는 의미.
지난 2015년 여의도 63빌딩을 면세점 부지로 선택했을 때 내놓았던 설명은 달랐다. 당시 한화갤러리아는 "일부 지역에 집중된 관광객 분산이 가능하다", "63빌딩 주변 관광 인프라와 시너지가 가능하다"며 여의도 입지의 효과를 홍보해왔다.
똑같은 요인을 두고 사업 진출 당시에는 '선정 효과'로 내세웠지만 철수가 결정하자 '실패원인'으로 탈바꿈된 것. 다만 이 선택으로 인해 얻은 손실은 3년간 약 1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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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면세점이 철수하면서 한화그룹 유통업은 외연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이제 남은 백화점들과 새로 열 갤러리아 광교점들로 면세사업의 공백을 메꿔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백화점만으로 유통업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기에는 향후 전망이 '시계 제로' 상황으로 평가된다. 당장 명품 소비도 점점 온라인에 잠식되어 가는 추세가 거론된다.
상대적으로 한화그룹에 있어 유통업은 그간 관심 밖 사항으로 분류되어 왔다. 일단 그룹내 차지하는 비중도 적었다.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참가할 당시는 갤러리아 백화점 매각 방안까지 검토해 투자자들과 고민한 사례도 있다. 이후에도 한화의 유통업은 수시로 특정 대기업과의 교환 또는 매각 대상으로 시장에 오르내렸다.
그러다가 2015년 김승연 회장이 “유통 등 서비스 부문도 어려운 시장환경을 딛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이후 다시 유통업이 강화되는 추세였다. 같은 해 한화는 면세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2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광교에 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하고 10년만에 새 백화점도 올해 완공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의 한 축으로 꼽힌 면세사업이 빠진 이후 순수하게 백화점 만으로 그룹내 유통부문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사황에 처했다. 다만 한화가 유통업에서 손을 뗐던 시기와 현재 유통업 환경은 전혀 다르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2004년 한화마트를 시작으로 씨스페이스(편의점)까지 매각한 한화그룹은 온라인에 대한 대비도 경쟁사 대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마디로 유통업에 대한 앞으로의 '전략'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유통부문과 건설부문을 승계할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면세점도 철수하고 백화점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곤란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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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08일 1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