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강판 가격 인상 협상 어려워 현대제철 실적 우려
"포스코 출신 사장 데려왔지만 여전히 가격협상력 낮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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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AAA’ 신용등급에 붙여진 ‘부정적’ 꼬리표를 떼어내고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 원가율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협력 업체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철강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데도 제품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현대·기아차가 1순위일 수밖에 없는 한 현대제철의 희생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5조715억원, 영업이익 212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6.0%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27.6% 줄어든 수치다. 현대제철은 수익성이 악화된 것에 대해 원재료값 상승을 원인으로 돌렸다. 올해 브라질 발레 댐이 붕괴됐고 서호주 사이클론 영향으로 철광석 공급이 차질을 빚어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은 올해 95달러를 넘어서며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초 2분기부터 철광석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여전히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와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에서 시장 논리가 작동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철강 제품 가운데 자동차 강판 생산 비중은 약 48%이고, 이 가운데 약 90%를 현대·기아차에 납품하고 있다.
회사측은 "현재 자동차업계 자동차용 강판 가격 30달러 인상을 제시하고 협상을 하고 있다"며 "거의 매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 논의하고 있지만 양측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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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현대제철이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다. 현대차가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가율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현대차가 AAA 신용도를 유지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원가율 개선을 꼽았다. 투자 증가로 연구개발비, 감가상각비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회사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 한기평은 분석 전제로 현대차 목표 영업이익률 충족하는 원가율을 적용했다. 현대차는 올해 초 열린 ‘CEO Investor Day’에서 2022년까지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을 7%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향후 5년간 45조원 규모의 투자를 할 계획이다.
철강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은 완성차가 좋아야 관련 협력 업체들도 좋을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주장하는 셈”이라며 “현대차가 거의 바닥인 실적에서 목표까지 가려면 납품 업체의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때 현대제철이 처음으로 생산담당 CEO를 외부수혈하면서 가격 협상력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기도 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철강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전문컨설팅회사를 통해 현대제철 밖에서 적임자들을 물색해왔다고 알려진다. 최종적으로 현대제철 신임 사장으로 포스코 사장 출신인 안동일 대표가 선임됐다. 기존 대표는 이른바 ‘현대맨’들이 역임해왔다.
그러나 대표가 바뀌더라도 현대제철의 협상력이 올라오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철강업계 전문가는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던 핵심측근인 김용환 부회장이 이번에 현대제철 부회장으로 갔고 포스코 출신 대표도 결국 정의선 부회장이 데려온 사람”이라며 “안동일 대표가 선임된 배경은 현대·기아차가 아닌 다른 판매 활로를 모색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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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12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