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는 철강업 성장성 꺾여 우상향 어려울 것
45조원 투자해 비철강 확대하겠다고 나선 최정우 회장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대규모 투자 트라우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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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새 포스코의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질 못하고 있다.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대내외적 변수들로 인해서다. 작년에 취임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투자를 크게 늘리겠다고 선언한 동시에 주주친화정책도 펼치고 있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조와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들은 포스코의 근원적인 문제를 더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주인 없는 회사로 언제든지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투자 진정성과 함께 최정우 회장의 정책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 이래도 저래도 주주 눈치 보이는 최정우 회장의 주가관리
최정우 회장의 최고 관심사가 주가 관리라고 알려졌다. 한 측근은 “(최 회장이)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이 주가 확인일 정도로 주가 관리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업계 연구원은 “이사회에선 보통 사외이사들이 주주들을 대변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포스코의 경우 사외이사는 배당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고 오히려 사내이사가 배당정책에 있어 주주친화적”이라며 “최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진이 주가 관리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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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의 높은 관심과 달리 포스코 주가는 하향세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 원인 탓이 크다고 말한다. 일례로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조선, 자동차 등 전방 수요 부진으로 철강 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 또 철강산업이 미중 무역갈등의 불똥이 튀면서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주식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하반기부터 철강가격이 정상화된다면 주가는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철강은 산업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들어서 더 이상 성장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시 말해서 포스코의 주가는 ‘정상화’는 몰라도 ‘장기적 상승’은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포스코 주가를 어떤 식으로 높일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흔히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실적개선과 투자가 있는데 최 회장은 투자쪽으로 기운 편”고 말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2023년까지 45조원을 투자할 것이며 비철강 부문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라 밝혔다. 포스코는 계획된 투자금 중 26조원을 주력 사업인 철강 부문에 사용하고 2차전지 소재에도 1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나머지 9조원은 인프라 부문에 투입한다.
이같은 노력은 최 회장이 다음 임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2차 전지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측은 주가 상승 방안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주주친화정책을 알려왔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현금 배당을 늘렸고 올해도 안정적 배당정책을 유지할 예정”이라며 “포스코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소액주주 권리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를 이미 시행 중에 있으며, 지난해부터 사외이사 IR 등 경영진과 주주간 직접소통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5조원 규모의 투자도 계획대로 집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투자자들의 포스코 투자 트라우마
본업인 철강업의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힌 만큼 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포스코의 45조원 투자 계획이 발표됐을 때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더 컸다. 정준양 전 회장의 대대적인 투자와 실패, 정권 교체 시기마다 달라지는 포스코의 투자 전략 등 불확실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 포스코는 2010부터 4년간 35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한 바 있다. 포스코의 계열사는 36개에서 71개로 급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는 결국 실패로 돌아섰다. 포스코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신용등급마저 떨어졌고 현재까지도 투자자들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2011년 포스코가 남미 자원 확보를 위해 에콰도르에 위치한 산토스 CMI와 관계회사 10여개를 800억원에 인수한 사례가 있다. 정 전 회장은 직접 에콰도르를 방문할 정도로 강력하게 M&A를 추진했다. 당시 포스코는 산토스 CMI를 ‘자국 내 최대 규모의 플랜트 시공업체’, ‘미국 최대 전력회사인 GE의 남미 3대 전략적 파트너사로서 최우수 협력업체’라고 홍보했다. 5년 후 포스코는 산토스를 60억원에 도로 원주인의 품으로 넘겼다. 그동안 적자와 지원을 고려하면 7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셈이다.
이후 취임한 권오준 전 회장은 취임 이후 첫 기업설명회(IR)에서 전략 핵심으로 철강 본업 집중, 메가 성장기반 구축, 경영효율화를 위한 사업 구조조정 및 재무구조 건전화를 내세웠다. 권 전 회장은 실제로 불필요한 계열사를 정리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었다.
권 전 회장은 리튬기술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했다. 2017년 집권 2기를 맞이하자 권 전 회장은 다시 리튬을 신성장 먹거리로 밝히며 비철강 분야를 확대해나갔다. 지난해 2월에는 호주의 리튬 광산 기업인 필바라미네랄(Pilbara Minerals)의 지분 4.75%를 약 653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권오준 전 회장은 임기를 2년여나 남기고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이후 취임한 최정우 현 회장은 비철강 사업을 더욱 공격적으로 펼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포스코는 애널리스트들에게 4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 중 일부가 수정되기도 했고 고용과 투자를 늘리라는 정부 입김도 작용했던 점을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확정된 투자가 많아 투자 규모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설명한다. 올해는 6조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가 예정되어 있다. 투자자들은 포스코의 '무모한' 투자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전문가는 “포스코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결국 일관성이 없는 포스코의 전략”이라며 “포스코의 CEO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기전략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최 회장의 최우선 과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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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