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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중후장대 대표 산업인 철강을 본업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벤처'라는 단어와는 언뜻 어울리지 않게 보인다. 그러나 포스코는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상생프로그램, ‘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IMP)’ 행사를 2011년부터 매해 두 차례씩 열어왔다. 건설 및 기계 분야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다스아이티도 포스코건설 사내벤처에서 시작한 바 있다. 또 국내 최고 수준의 이공대학인 포스텍(포항공대)도 있다.
이런 역사를 보면 중소벤처기업부과 손 잡고 벤처펀드를 조성한다는 포스코그룹의 1조원 통큰 투자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놀랄 것도 없지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도 포스코가 정부 입김에 휘둘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열린 IMP 행사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대규모로 진행됐다. 포스코는 행사가 처음 개최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79개 벤처기업에 125억원을 투자해온 바 있다. 이번 행사 자리에서 발표된 투자 규모는 누적 투자액의 100배 가까이 이르는 1조원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실세’로 불리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도 참가해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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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시장에서는 정부가 포스코에 투자를 늘리라는 압박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제2 벤처붐 확산 전략’을 발표한 이후 포스코가 ‘민간 전략 모펀드’ 1호를 조성했다. 벤처기업과 연관성이 있는 많은 대기업들을 제치고 포스코가 1호 펀드를 조성한 것이 스스로의 의지인지, 억지로 나서게 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평가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요청에 쉽게 움직일 수 있는 회사라는 인식이 다시 한 번 시장에 퍼지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벤처 생태계에 마중물 넣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는 펀드 조성 방법과 투자 계획 및 방향에 대한 인베스트조선의 공식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최정우 회장의 취임 이후 포스코가 정부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포스코는 지난해 45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그 중 26조원을 주력 사업인 철강 부문에 사용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고용과 투자를 늘리라는 정부 입김도 작용했다는 점을 시장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마저도 철강 부문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미세먼지를 절감하는 설비 투자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한다.
미세먼지 대책이나 벤처 생태계 조성이 모두 좋은 취지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압력이 작용했다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포스코는 외국인 주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동시에 정치적 이슈에 노출돼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 자주 회자하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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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24일 16:32 게재]
입력 2019.05.28 07:00|수정 2019.05.29 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