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실리콘, 공급과잉으로 수급균형 회복 어려움
"OCI, 사업다각화에도 신용등급 방어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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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태양광에 볕이 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태양광업체들은 좀처럼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웅진에너지가 법정관리에 들어간데다 태양광 업계 ‘쌀’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도 신용등급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예측치보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폭락하면서 OCI의 신용등급 방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를 접었던 중국 에너지국의 태양광 보조금 정책이 4월에 발표되면서 하반기부터 효과가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태양광 설치량은 올해 상반기에는 10GW에 머물겠지만 본격적으로 보조금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에는 30GW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증가는 중국 외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에서도 기대되고 있다. 일례로 유럽의 경우 2020년 신재생 에너지 보급 목표에 미달한 상황이라 수요 촉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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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황 개선이 OCI의 실적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OCI 주력제품인 폴리실리콘의 공급과잉률이 140%에 달하는 상황인데 수급에 변화가 거의 없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올해 태양광 설치수요 증가량만큼 신규 설비 증설이 예정돼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하반기 반등하겠지만 여전히 적자 수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OCI 폴리실리콘 kg당 8~9달러에 팔리는데 군산 공장의 생산단가는 14달러 수준이다. 올 하반기부터 가동되는 말레이시아 신규 공장의 단가는 10달러 안팎일 것으로 전해진다.
태양광 업황이 워낙 어둡지만 OCI의 재무구조는 부채비율이 62%에 불과할 정도로 탄탄한 편이다. 이런 회사가 등급이 상향 조정된지 1년도 안 돼 다시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것은 흔치 않다는 평가다.
신용평가사들은 OCI가 계열사들을 매각하면서 차입금을 크게 감축했다는 점을 등급 상향 조정의 이유로 들었다. 2015년까지 정체였던 실적이 2018년 1분기까지만 해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폴리실리콘 가격이 이렇게까지 급락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설명이다. 신평사들은 물론이고 태양광 업계 전문가들은 폴리실리콘 가격이 역사적 저점이었던 kg당 12.65달러보다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측과 달리 공급과잉에 수요까지 얼어붙으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은 생산할수록 손해일 정도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공장 생산단가의 3분의 1 수준에서 생산하는 중국 기업과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의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 구조임을 감안할 때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수준까지 폴리실리콘 가격이 회복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재무가 탄탄해도 실적이 개선될 뾰족한 방법이 없어 신용등급 조정까지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OCI 사업의 또다른 한 축을 차지하는 카본케미칼 부문 역시 실적이 둔화세를 보인다. 미중무역 분쟁이 본격화돼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유가마저 하락하며 10%를 넘던 영업이익률이 작년 4분기 5.1%, 올해 1분기 7.6%까지 하락했다. 이우현 OCI 부회장은 국내 공장에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거나 바이오 시장에 뛰어드는 사업 다각화를 제시하고 있지만 무엇 하나 쉽지 않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매출처를 구하기 쉽지 않고, 바이오는 익히 알다시피 투자 대비 성과를 내기 매우 어렵다”며 “폴리실리콘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OCI가 신용등급을 지켜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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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04일 15:5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