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차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역마진 우려
금융사 입장에선 선순위 채권 투자 매력 떨어져
중순위 채권은 미상환 이력…참여 주관사도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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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2000억원 규모의 ‘스케일업금융’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방식으로 발행하는 가운데, 선순위와 중순위 채권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주관사의 지원 역시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중진공의 스케일업금융은 중소기업이 발행한 일반사채(SB)ㆍ신주인수권부사채(BW)ㆍ전환사채(CBㆍ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을 유동화전문회사(SPC)가 인수, 이후 신용보강을 거쳐 우량등급 유동화증권(ABS)으로 전환한 후 민간 금융사에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선·중순위 채권을 민간 금융사가, 후순위 채권은 중진공이 인수하는 형태다.
최근 스케일업금융이 조달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과거에 비해 낮아진 금리 환경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선순위 채권의 경우 신용공여를 통해 등급이 A에서 AAA로 상향된다. 이렇게 되면 편입된 기업들은 저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를 인수하는 금융사들 입장에선 우량한 AAA급의 회사채보다 일부 미상환 우려가 있는 P-CBO를 비슷한 수준의 금리에 만족하고 인수해야 하다보니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아울러 장단기 금리차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역마진이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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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진공 입장에선 편입 기업들에 시장보다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주려는 의도다보니 금융사들이 희망하는 이자율과 발생하는 괴리를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CBO는 중소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설비투자 등 대규모 자금을 은행 등의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안정적인 고정금리로 조달 가능하도록 만든 구조이기 때문. 무엇보다 손실 위험이 큰 후순위채를 정부가 책임지는 대신 대규모 민간 자금이 중소기업에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형태다.
하지만 ‘나랏돈’을 기반으로 하는 중진공에 비해 민간 금융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선순위와 중순위 채권 투자자는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의 국책은행 외에도 증권사와 펀드 등이 해당된다. 이들 입자장에서는 이자율이 매력적인 것도 아닌 데다, 신용공여를 했더라도 과거 미상환(22차 사례)이 발생한 바 있는 P-CBO에 선뜻 투자를 나서기 쉽지 않다. 게다가 지금 같은 상황에 담았다가 향후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해당 유동화증권을 유통할 때 손해를 볼 수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관증권사의 참여를 저조하게 만든 것도 중진공과 증권사의 눈높이 차이에서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주관사가 취득하는 수수료율은 발행금리보다 낮게 형성된다. 즉 금리가 예전보다 내려갔다면 그만큼 수수료율도 낮아지는 셈이다.
P-CBO 주관 수수료는 그간 20bp(0.2%) 수준으로, 5000억원 발행을 주관해야 수수료가 기껏 10억원 수준이다. 이것도 금리가 높았을 때의 상황이고 요즘에는 여기에도 못 미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대형증권사 구조화금융 인력의 경우 1인당 할당되는 손익분기점(BEP) 10억원이다. P-CBO 발행 주관사가 2곳 이상 참여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투입되는 인력 대비 수수료는 한참 낮은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이번 P-CBO 주관증권사에 관심을 가졌지만 중진공과의 수수료율 견해 차이로 빠진 것이 결국 이 같은 원인 때문”이라며 “P-CBO 업무에 참여하면 여러 인원이 3~4개월 해당 업무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시간과 노력에 비해 수익이 낮아 특히 대형증권사 입장에서는 점점 꺼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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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