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승승장구하지만 성공기대 ‘들쭉날쭉’
방송은 ‘자기복제’…화제성 저하에 종편에 밀리기도
콘텐츠 비전문가 수장·오너의 K컬처 의지 반영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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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과 CJ오쇼핑의 합병법인 ‘CJ ENM’이 오는 7월1일자로 출범 1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출범 당시에 비해 오히려 저하됐다는 평가다. 수익은 줄어들고 ‘콘텐츠’ 경쟁력이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인으로는 ▲오쇼핑과의 합병 시너지 부재 ▲미디어 비전문가 경영진으로 인한 방송 경쟁력 저하 ▲오너 의중이 실린 것으로 평가받는 ‘K컬처’가 콘텐츠 다양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최근 CJ ENM의 분위기 자체는 긍정적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제작투자에 나선 CJ ENM에 대한 평가도 개선됐다. 영화 ‘극한직업’ 1000만 관객 돌파에 이은 ‘2연타’에 해당되면서 한동안 기대에 못 미친다는 소리를 듣던 영화 부문에서의 실력을 다시 입증했다.
하지만 ‘기생충’ 효과만으로 미디어 시장에서 현재 CJ ENM의 지위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는 무리다. 일단 영화사업 흥행이 CJ ENM에 큰 의미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 CJ ENM에서 각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2019년 1분기 매출액 기준)은 ▲방송 등 미디어 사업 34% ▲수수료 등 커머스 사업 29% ▲유선방송 사업 22% 등이다. 영화 부문은 공연 사업과 합쳐도 비중이 많을 때는 9%, 적을 때는 2%대에 그친다. 게다가 영화 성공 여부 자체가 들쭉날쭉하다는 점도 문제다. 극한직업만 해도 관객 1000만명 돌파를 기대하는 이는 안팎에 없었고, 500만을 돌파한 기생충 역시 칸에서 선전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흥행을 담보할 수 없다.
결국 ‘방송’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회사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하지만 CJ ENM의 방송 사업 전망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최대 무기로 인정받았던 ‘화제성’을 놓치고 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표 채널인 tvN만 놓고 봐도 ‘스페인 하숙’, ‘미쓰 코리아’, ‘수미네 반찬’, ‘현지에서 먹힐까?’, ‘신서유기 외전 강식당2’, ‘놀라온 토요일’, ‘고교급식왕’ 등 콘셉트만 조금씩 다를 뿐 ‘먹방’과 관련된 방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트렌드를 선도하기보단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예능 판매 부진에 대한 우려가 기관 투자심리로 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이 중구난방하는 상황인데다 방송 환경은 인건비와 제작비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프로그램들이 주목도와 시청률에서 앞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적 기대감도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매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미디어 부문 영업이익률이 2분기 연속 떨어지면서 주가 움직임 역시 하락 추세다. CJ ENM 주가는 지난해 7월13일 주당 29만4900원으로 고점을 찍었지만 이어 연일 떨어지고 있다. 지난 5월24일 18만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계속 18만원대로에서 보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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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오쇼핑과의 합병에서 그다지 소득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디어 회사’와 ‘홈쇼핑’이 결합해 탄생한 CJ ENM은 부문별 각자 대표(허민회 E&M 대표·허민호 오쇼핑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결합이 실제 회사 경쟁력에 어떤 시너지를 보여줬는지에는 부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회사 측은 E&M의 방송에 오쇼핑 자체 브랜드를 노출시켜 관련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이 정도는 PPL 수준이고 합병을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결국 오쇼핑의 꾸준한 실적이 회사의 이익 창출 능력에 일종의 ‘버퍼’ 역할을 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콘텐츠’를 통해 답을 내야 하는데 콘텐츠 시장에 대한 시장 지배력이 줄어들었다. 과거와 달리 회사 대표가 콘텐츠가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전 김성수 대표의 경우 엔터테인먼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제일기획 광고기획 영업국으로 입사해 투니버스 영업본부장·온미디어 총괄본부장과 대표이사 등을 맡으며 케이블 방송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원래 오리온그룹 소속 미디어 지주회사인 온미디어(투니버스·OCN·슈퍼액션 등) 소속이다가 온미디어가 CJ그룹에 인수되면서 그룹으로 왔고 작년 7월 대표에서 물러났다.
반면 허민회 대표는 CJ제일제당 자금팀을 거쳐 CJ㈜ 경영총괄·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을 지낸 대표적인 재무통 인사다. 그룹 내 핵심 인사로, CJ ENM 대표로 올 때부터 합병법인의 재무 관리 및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복심(腹心)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예견됐다. 어쨌든 경력 면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최고 경영진이 콘텐츠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 보니 자연히 회사 내 콘텐츠 관련 의사결정이 돈 줄을 쥐고 있는 재무팀에 의존하게 된다”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걷는 과정을 기다려야 하는데 눈 앞에 보이는 숫자에만 급급하면 당장 돈이 되는 것, 예를 들어 ‘먹방’ 방송만 만들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오너인 이재현 회장의 K컬처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콘텐츠 창출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K컬처’ 색깔을 집어넣느라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한 주문과 채택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현 회장은 처음 문화 사업을 시작했던 1995년부터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해 왔다. K푸드, K팝 등 K컬처를 전파해야 한다는 이재현 회장의 사명감이 CJ ENM의 콘텐츠 다양성에는 독이 됐다는 얘기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문화의 사업화’라는 목표 아래 CJ제일제당과 CJ ENM을 앞세워 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오너의 의지가 너무 강하면 제작 콘텐츠 역시 그 의지에 편승할 수밖에 없다”며 “540억원이 들어갔다는 ‘아스달 연대기’를 보면 스튜디오드래곤 역시 오너의 바람과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보통 영화 회사는 들어오는 작품을 선별하는 투자팀이 가장 크지만 이재현 회장은 처음 나온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화할 수 있게 개발하는 기획개발에 힘쓰라고 주문했다”며 “외국 영화 회사들이 기획팀에 힘을 더 실어주는 경향이 많아서 이를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성공 사례가 한몫했고 이런 문화를 CJ ENM 전체에 이식하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성공 방정식이 역으로 CJ ENM의 방송 사업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제작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봉준호’라는 콘텐츠 전문가를 믿고 맡겼기에 그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 CJ ENM 기조대로 ‘기생충’의 제작이나 시나리오에 관여했다면 대한민국의 아름답지 못한 모습, K컬처와 어울리지 않는 치부를 그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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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