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들, 프로젝트 펀드 조성도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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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침체로 투자 수익률이 줄어들면서 개인 자산가들이 선택한 대안은 '사모펀드'다. 이름만 사모펀드지 경영권에 투자하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와는 거리가 있다. 수십ㆍ수백억원을 '사모'(私募)형태로 모아서 주식이나 채권, 혹은 다른 상품에 투자하는 형태다.
최근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테마는 ▲비상장기업 ▲프리 IPO ▲바이오ㆍ헬스관련 부문로 꼽힌다. 창구로 자주 활용되는 곳은 '은행 PB센터'다.
자산가들 입장에서는 상장을 앞둔 기업의 프리IPO에 투자할 기회를 잡으면 공모가보다 월등히 낮은 조건에 대규모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하면 처분해 몇달만에 수십% 수익을 내는 일도 생긴다. 주로 '바이오ㆍ헬스'처럼 테마가 형성된 기업군이 이에 해당된다.
투자종목을 직접 찾을 필요도 없다. 일부 인기 PB센터를 찾아가면 이 곳을 찾아온 운용사들이 제시한 투자처를 고를 수 있다. 즉 자금 조달을 원하는 비상장기업이 이를 도와줄 자문사ㆍ운용사를 선정하면, 이들이 해당기업 기술력과 성장성을 소개하는 '투자설명서'를 마련한다. 그리고 일부 은행PB창구를 찾아 투자 설명서를 건네면 어느 정도 금융투자지식을 갖춘 고객들이 이를 보고서는 "A사의 전환사채(CB) 혹은 우선주에 얼마를 투자해달라", "B사의 프리 IPO 지분을 얼마이상 구매해달라"라고 창구를 통해 요청한다.
이러다보니 투자형태도 '펀드'보다는 '특정금전신탁'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또 PEF투자는 7년 이상의 만기를 기다려야하지만 이 같은 투자는 환매ㆍ처분ㆍ양도도 다채롭게 가능해진다. 말 그대로 '리스크'를 직접 감내하는 투자지만 '바이오'라는 이름만 달면 상장후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생기다보니 이런 경향이 발생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 사이에서도 PB창구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주로 비상장기업 메자닌 투자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 조성 용도다. 과거에는 주요 연기금이나 공제회, 은행ㆍ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를 찾아다녀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알기 쉬운 수준의 투자설명서와 '바이오' 혹은 '헬스'라는 인기 투자테마만 갖추고 PB창구를 잘 설득한다면 수백억~수천웍원 모집은 어렵지 않다라는 언급들도 나온다.
이러다보니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요즘 가장 핫한 LP(사모펀드 무한책임사원ㆍ통상 '투자자')는 하나은행 압구정역 PB센터"라는 얘기가 회자되기까지 했다.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개인 자산가는 '고수익 투자'건을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운용사나 기업은 빠르고 쉽게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관 투자가들이 진행하는 꼼꼼한 투자심의ㆍ기술력 및 기업실사ㆍ리스크 검토 등의 과정이 충분히 담보되기 어렵다. 실력이 웬만큼 뛰어난 자산가가 아니면 큰 손실 발생 가능성도 감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운용사 입장에서도 자금의 질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 '단기간 고수익투자'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보니 회사의 본질가치를 공유하는 자금이 아닐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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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6월 18일 07:00 게재]